식탁 위의 한국사 - 메뉴로 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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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 3요소라 하면 의식주일텐데요. 저는 무엇보다도 食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패션이나 주거, 인테리어 같은 것에는 둔감하지만, 먹거리에는 민감하며 예민하지요. 먹거리에 예민하다는 것은 그 음식의 역사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인데요. 이 음식은 언제부터 먹게 되었는가, 이런 조리법은 언제부터였는가 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나, 역사에 취약한지라 책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긴 해도, 외워지지는 않네요.

그래도 한가지 외워두었던 것은 있습니다. 고추는 임진왜란때 전해져서 지금같은 빨갛고 매운 김치의 형태가 시작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호배추(현재 우리가 배추라고 부르는 것)를 이용해서 김치를 담그는 것이 1950년대 말에 이르러서 비로소 시작되었다는 것은 이 책 <식탁위의 한국사>를 읽으며 처음 알았네요.

예전에 <식탁위의 세계사>라는 책을 읽었었습니다. 그 책은 식재료 하나하나를 테마로하여 세계사의 흐름을 알게 해 주었었는데요. 음식을 먹으면서 이와 얽힌 세계사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죠. 그러나 이 책은 그 책과는 다르게 메뉴를 중심으로 하여 그 메뉴와 함께 한국사 이야기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사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음식을 끌어낸 것이 아니라 메뉴가 생겨나고 변화하게 된 사회적 배경으로 한국사를 이야기 합니다. 온전히 음식의 역사 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고 선사시대, 삼국시대를 아우르는 책이 아니라 20세기 초반부터 제가 기억할 수 있는 시대까지의 음식의 변천사를 이야기 합니다. 따라서 역사를 품고 있기는 하지만, 사회과학 카테고리에 속하는 책입니다. 역사 카테고리가 아니지요.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즐기는 음식들의 역사가 그다지 길지 않다는 점도 놀랍고, 일제 강점기의 영향과 전쟁의 영향, 정부의 시책들에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과정들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근대로부터 시작된 다양한 외식공간, 외식문화, 메뉴, 조리법, 먹는 방법등의 변화와 함께 역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새 흔하게 먹는 설렁탕, 갈비, 짜장면등의 중요한 외식 메뉴부터 흔하지는 않지만 한정식이라면 빠지지 않는 신선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책안에 담겨있었습니다.

역사를 알기 위해 이 책을 읽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매니악할 수도 있겠네요. 일반적인 역사서가 아니니까요. 그러나 음식에 관심이 많거나, 음식의 역사를 알기 위해 읽는다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식품영양학과를 비롯한 식품관련 전공자들에게는 대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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