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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너리 프렌드
매튜 딕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상상속의 친구를 가져 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기억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있었겠지요. 상상속의 친구와 함께 이야기도 나누었을 테고, 때로는 그 아이의 뒤에 숨기도 했었을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친구가 있었던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습니다.
<이매지너리 프렌드>라는 책 표지는 정말 예쁩니다. 푸른빛과 달빛의 조화가 무척 신비로운 그런 표지인데요. 표지에 끌려서 책을 읽게 되었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을겁니다.
내용도 무척 신선했습니다. 어린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상상속 친구. 맥스라는 아이에게도 상상속의 친구 부도가 있습니다. 그런데 부도는 조금 특별한 존재입니다. 맥스는 자폐 성향이 있는 아이였거든요. 보통의 상상속 친구들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무렵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걸 고려해 본다면, 맥스가 4살때 태어난 부도는 벌써 6년동안이나 살아가고 있고, 스스로가 상상 친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맥스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 다른 상상속 친구과는 달리 부도는 거의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맥스의 구체적인 상상덕분이라는 것도 알지요. 환경의 변화를 극도로 싫어하는 맥스와는 달리, 부도는 모험을 즐깁니다. 맥스가 잠든 후에는 문을 통과 할 수 있는 그의 능력으로 집밖으로 나가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지요. 특히 심야의 주유소는 부도가 제일 좋아하는 장소였습니다. 총기 강도 사건으로 디가 다치기 전까지는요.
이야기는 맥스가 끌어가지 않습니다. 부도가 끌어가지요. 부도를 주인공으로 하여 진행되는 이야기 흐름 때문에 처음엔 살짝 혼란스러웠습니다. 상상 속 친구인 부도가 이렇게 저렇게 행동하고 돌아다니는 것 역시 맥스가 상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지요. 전, 어른이니까요. 하지만 부도는 맥스와는 별개의 인격이라는 사실을 이내 깨달았습니다. 맥스가 유괴당하거든요.
맥스가 죽는다면, 부도 역시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맥스가 부도를 잊어버리게 되어도 부도는 죽습니다. 상상속의 친구란 그런 운명이니까요. 부도는 맥스를 구해야만 합니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친구를 위해서. 부도는 누가 맥스를 유괴했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스스로 맥스가 갖혀있는 곳을 알아내고, 맥스를 구해내야만 합니다.
소설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이매지너리 프렌드들이 등장합니다. 스푼모양도 있고, 종이장처럼 얇은 친구도 있지요. 우리가 유아때 그렸던 그림들을 상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신기하죠. 대부분 귀가 없지 않나요?여기서의 친구들도 그렇습니다. 상상 친구들끼리는 서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고민상담도 합니다. 자신이 곧 사라질거라는 걸 아는 친구도 있구요. 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걱정하기보다는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인간 친구들을 걱정하고 격려하지요. 세상에 그렇게 따뜻한 친구들이 다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부도 역시 맥스를 사랑하고 걱정합니다. 맥스에게는 친구라고는 부도 밖에 없습니다. 타인과의 접촉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주변의 어른들은 부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걸까요.
보는 내내 마음이 짠했습니다. 부도가 맥스를 구해낼 방법은 한가지. 맥스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맥스 스스로 자신을 구해내야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부도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부도는 맥스를 구하러 갑니다. 세상에 하나 뿐인 친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