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게 보내는 편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림원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사춘기 시절엔 죽음을 동경했었습니다. 죽는다면 좀 편안해 질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의 저는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죽음 그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미련이라는 것이 생겨났기 때문이겠지요. 미련을 갖는것은 미련한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가 떠난 후의 세상은 내가 있을때의 세상과는 많이 다를 것 같다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고 맙니다.

제가 없어도, 세상은 돌아갈텐데 말이에요.

(스포 엄청 있습니다. - 소설의 끝까지요.)

여기에 열살짜리 오스카라는 소년이 있습니다. 소아병동에 있는 소년인데요, 별명은 대머리입니다. 백혈병으로 입원중인 오스카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어서 대머리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얼마전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은 실패했고자신이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습니다. 오스카는 부모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장미색 카디건을 입고 자원봉사를 다니는 최고령 자원봉사자 장미할머니에게는 마음을 열었지요. 그리고 그의 마지막 시간들을 장미할머니와 병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보내게 됩니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12일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장미할머니의 권유로 하느님에게 편지를 씁니다. 매일매일. 그리고 하루를 십년이라고 치고, 살아갑니다.

짧은 삶동안 아이는 사춘기도 지냈고, 사랑도 했고, 결혼도 했고... 그리고 마침내는 100세가 넘은 노인으로 죽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어린아이의 모습이지만요.

아이는 삶을 체념한것도, 죽음을 두려워 한 것도 아니고, 자신의 운명을 덤덤히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사랑도 전해주었고, 이해도 해주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하느님에게 쓰는 편지는 매일매일 조금씩 짧아집니다. 체력도 떨어지고 잠드는 시간도 많아졌거든요. 최후 3일간은 하느님께 편지를 쓰지도 못합니다. 다만 머리맡 알림판에 이렇게 써 놓았지요.

'하느님 외에는 아무도 깨우지 말 것.'

아마도 하느님이 조용히 와서 아이를 깨워서 고통없는 세상으로 데리고 간 모양입니다. 아이는 부모님도, 장미할머니도 지켜보지 않는 동안 잠을 자면서 떠났거든요.

오스카는 하루를 십년처럼 충실히, 그리고 아름답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 삶은 더 아름다웠던 것 같습니다. 기독교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 소설이지만, 종교를 떠나서 보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작가가 '비가시 세계 연작'이라고 이름 붙인 연작 중 한 편입니다. 종교에 관한 믿음을 테마로 하는 연작집인데요. 그 첫 이야기로 기독교와 관련된 이야기 <신에게 보내는 편지>편이 었습니다. 다음 작품인 <이브라힘 할아버지와 코란에 핀 꽃(수피교)>, <밀라레파(불교)>도 읽어보아야겠습니다. 어떤 아름다운 이야기가 열려있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