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학기 밀리언셀러 클럽 63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인 게이코는 발레학원에 다녀오던 길에 겐지라는 청년에게 납치됩니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남에게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 탓에, 학교에서도 발레학원에서도 따돌림을 당하던 게이코는 다른 생활을 꿈꿔본 적은 있지만, 이런 식으로의 일탈은 아니었습니다.

그곳에서 게이코는 밋치라고 불리우며 1년 1개월남짓 감금당하지요. 겐지가 일하는 공장 2층의 좁고 더러운 방에서 말이에요.

낮의 겐지는 게이코를 발가벗게 하고 그 앞에서 자위를 하는 나쁜 겐지였으며, 밤의 겐지는 초등학교 동급생이 되어 밋치와 놀고 싶어하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었습니다. 그의 옆방에는 야타베라는 남자가 살고 있었기에 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면 탈출 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었지만, 야타베는 귀가 들리지 않는 남자였습니다. 모든 희망이 꺼졌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게이코는 구출되어지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등학생때 소설가로서 데뷔합니다. 그리고, 겐지가 실형을 살고 형무소를 나오며 이미 서른다섯살인 그녀에게 편지를 보내자 그 편지를 받은 게이코는 남편앞으로 잔학기라는 소설과 편지를 남기고 실종됩니다.

<3096일>에서 느꼈던 폭력보다는 부드러운 폭력이었지만, 그렇다고 가벼운 납치였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할 것 같습니다. 스스로가 당사자가 아닌 이상, 회초리로 한 대 맞은 편이 피가 나기는 하지만, 배트로 맞은 것 보다 낫지 않느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시간이 길건 짧건, 그 공포의 종류가 어떤 것이든간에 당사자에게는 PTSD를 남길 수 있는 공포일겁니다.

본인은 인정하지 않아도 스톨홀롬 증후군 같은 것도 생길테구요. 상대방을 사랑하지는 않더라도 그가 하는 이상행동들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지 않고서는 자신의 정신세계마저 붕괴해버릴테니, 동화 될 수 밖에 없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책을 읽다말고 딸아이를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책을 읽다말고 한숨 한 번 내쉬고를 했습니다. 어린이와 소녀의 경계에 있는 아이, 그런 나이의 아이를 약취하다니요. 엄마로써 도저히 용서 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게이코와 3096일의 나타샤 모두 감금생활도 힘들었지만 그 이후의 생활을 더 힘들어 했습니다. 게이코는 독의 꿈을 꾸는 것으로 PTSD를 스스로 치유하고자 했지만, 그 상처는 전혀 치유될 수 없는 것이었던 것입니다.

이상합니다. 책을 덮고나서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읽을때는 심각하고, 긴장하며 읽었는데.. 막상 읽고 나니..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치고 약하네.. 난 이걸 읽고 뭘 느껴야 하는 거였지...? 아... 조금 실망스러워..

그러나,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다르네요. 글을 쓰기 시작하니까 생각이 줄줄 흘러갑니다. 어쩌면 너무나 기막힌 상황에 말 그대로 기가 막혀있었던 건 아닐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