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기괴환상 - 에도가와 란포 - 환상적이며 음울한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 기괴환상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은희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9월

에도가와 란포라고 하면 일본 미스터리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본명은 히라이 타로 (平井太郞)이지만, 에드가 앨런 포를 좋아했는지 그의 이름을 따서 필명인 에도가와 란포를 사용했습니다. 명탐정 코난의 이름 에도가와 코난 역시 .. 에도가와 란포에서 따온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무튼,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에서는 에드가 앨런 포의 느낌이 납니다. 기괴한 분위기라거나 정통 추리방식이라거나.. 하는 것들이요. 제가 일본 추리 소설에 대해 잘 모를 때에도 에도가와 란포라는 이름만은 알고 있었기에 란포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으면 믿고 읽기도 했었지요.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중에 <인간의자>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의자를 만드는 장인이 커다란 안락의자를 4개 만들고 처음엔 장난기가 발동해서 그 중 하나의 속을 파내어 자신이 머물 장소를 만들고 숨어듭니다. 처음에는 호텔에 납품된 의자 안에서 밤이면 몰래 나와서 돈이나 패물을 훔치는 일에 몰두 했던 남자가 나중에는 얇은 가죽 한장 사이에서 느끼는 인간의 몸을 탐닉하게 되고, 의자가 팔려간 집에서 공무원인 남편이 줄근 한 사이 문학가인 아내의 몸을 느끼고 사모하게 되어 편지를 쓴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대 반전이 있지요. 제가 처음 접한 에도가와 란포의 글은 바로 이 이야기 <인간의자>였습니다. 이 작품은 읽어나가면서도 뭔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느낌이라 내가 문학가가 되어 그의 편지를 읽는것만 같은 기분에 공포까지 느껴졌습니다.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중에는 ~속았지롱?하는 수법을 쓰는 것들이 많은데요. 쭉 읽다보면 앗 속았다...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그런 작품들이지요. 그러다보니 조금 기괴한 내용이다 싶으면 '쳇, 이것도 거짓말일거야.'하며 읽게 되는데요. 오히려 허를 찔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쿵.. 하는 충격을 받게 되고 말지요. 물론, 100여년전의 작품이기 때문에 조금 촌스러운 면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당시의 상황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일제강점기였습니다만)을 생각한다면 저정도의 추리물이라면 여타 서양권의 추리물에 비해 손색이 없었겠구나 싶습니다.

작품중에는 <고구마벌레>라는 것이 있는데, 이 글을 읽고나서 지난번의 <A케어>를 읽고 나서 나도 폐용신때문에 괴로워할 입장이 되거든 A케어를 받자...라고 생각했던 것을 번복하고 후회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읽었었던 작품이에도 A케어를 읽고나서 느끼는 것은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군요.

이 단편집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므로 한편한편 다 소개하기는 어렵습니다. 직접 읽어보시라고 권할 수 밖에요.

에드가 앨런 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에도가와 란포의 글도 재미있으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대표작인 검은 고양이 뿐만 아니라, 아몬틸라토 술통이나 절름발이 개구리 같은 포의 작품이 떠오르는 단편들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