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중년 직장인이라고 해도 좋을 것을 궂이 직장의 중년 아저씨들이라고 한 것은.. 이들이 직장인이며, 중년이며, 아저씨이기 때문일겁니다. 사람들은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에 여러가지로 자신을 설명하지만, 명쾌하게 설명할수 있는 사람은 드물겁니다. 왜냐하면 자신에겐 여러가지 모습이 있으니까요. 직장의 과장이나 팀장 혹은 차장인 모습, 청년과 노년의 사이에 있는 중년이라는 과도기적인 모습, 아버지이면서 아들인 그런 상태의 모습, 한쪽으로 치우치면 반대편에 욕을 먹는, 균형잡기 어려운 세대가 아닌가 합니다.

힘겨운 직장생활 분투기 오쿠다 히데오의 <마돈나>를 읽었습니다. 오쿠다 히데오의 책이라고 하기엔 유머러스한 부분이 좀 약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미생이 심각하고, 심오한 - 신입사원을 중심으로 한 직장 이야기였다면, 마돈나는 앞서 말 한 것 처럼 중년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회사원들의 비애, 중년의 아픔이 느껴지지요. 그럼에도 한편의 이야기가 끝날 때 마다 피식하는 웃음을 웃고맙니다. 아픈데 웃다니. 실례죠? 하지만, 아픈만큼 성숙해진다고, 그들은 그런 시련들을 겪으면서 조금씩 더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참, 이책. 단편집입니다.

예쁜 신입 여직원을 두고 벌이는 두남자의 신경전 '마돈나'에서는 여자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었지요. 중년의 아저씨라도 느닷없이 찾아오는 두근대는 감정에는 어쩔수 없나봐요.

회사원으로서 사회에 아부하며 어쩔수 없이 살아가야함에도 불구하고, 아들도 자유를 포기하며 자신과 같은 길을 걸으라고 해야하는, 싫어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에 있는 아버지.'댄스'편도 재미있었습니다. 어쩌면 아버지는 아들을 부러워했는지도 모르지요.

총무부와 업체와의 유착은 필수일까요? 알면서도 모르는체 해주어야 모든 일이 술술 넘어가는 것이 불편한 총무부 신임 과장의 이야기 '총무는 마누라'도 답답하지만 룰에 어긋나도 그게 회사일이라면..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묘한 이야기였습니다.

'보스'에서는 여자가 철강 제품부 제 1과 - 영업부 신임 부장으로 오면서 영업부의 모든 것을 일일이 뜯어 고침으로 인해 생기는 트러블이 주제였습니다. 철저한 부장 요코의 수요일 노야근데이 주장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어쩐지 웃음도 나오고, 이젠 서로 이해 할 수 있겠구나...싶었네요.

마지막, '파티오'라는 단편에서는 건물들 사이에 생긴 공원에서 조용한 한때를 즐기던 노인이 공원을 살려보려는 회사의 이벤트 행사들 때문에 물러나와 다시 자신의 조용한 공간을 찾아가는 모습이 텃밭을 뺏긴 노년의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보여 안쓰러워했던 중년의 회사원이 나왔습니다.

이 책에는 강한 한방은 모자라지만, 인생이 있고 샐러리맨이 있고 중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강한 한방이 모자라....라고 생각하고 잠이 들어서였는지.

꿈을 꾸었네요.

꿈에서 저희 엄마가 새로 이사 한 집으로 아이와 함께 놀러갔는데, 조용한 동네라고 자랑하셨던 것 과는 달리 갑자기 그 동네에 이벤트들이 생겨났다는 겁니다. 저희가 엄마댁을 찾아갈때도 공원에서는 무대를 꾸며놓고, 댄스 페스티벌을 하는데 구경꾼들과 참가자들이 와글벅적. 마침 저희가 지나갈때에는 박진영의 '허니'가 나오고 있었는데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었지 뭡니까. 축제 때 처럼 먹거리, 볼거리, 기념품 노점들이 북적이고 있었구요. 겨우 엄마 댁에 도착해서 푸념하다가 잠에서 깨었는데.

비로소 깨달았죠. 아니. 부족했던건 강한 한방이 아니었군. '파티오'라는 단편에서 그 노인이 저에게 너는 아직 몰라. 조용한 곳을 침범 당하는건 이런 기분이라고. 네가 그 입장이 아니라서 강한 한방타령을 하고 있는거 아니야? 라고 야단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그 노인... 야단 치는 캐릭터가 아니었는데요.

부족했던 건 강한 한방이 아니었습니다.

제 상상력과 이해력이었지요.

아마도 같은 입장에 처해있는 중년의 직장인(남자)들이 본다면 저보다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겁니다. 참. 그리고 힘내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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