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저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세상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이 많겠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자식걱정을 하게 마련입니다. 분명 하나의 흠도 없는 사랑하는 나의 아이일지라도 외부의 시선으로 본다면 내가 보는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부모님의 딸입니다.

세상에 사랑을 받고 자란 어른,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어른들이 있겠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부모를 이해하거나 원망하거나, 투정부리기도 합니다. 분명 부모로서의 그분들의 모습이 있으실테지만, 외부의 시선으로 본다면 내가 보는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은 그렇습니다. 나의 시선과, 그들의 시선이 일치하지는 않는 법이지요.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대로 보기 때문에.

 

부모의 사랑이라는건 참 가지가지인것 같습니다. 훌륭한 양육태도로 아이를 훈육하기도 하고,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는 부모도 있는가하면,  오냐오냐하며 감싸기만 하는 부모도 요새 참 많아졌습니다. 과연 감싸기만 하는 것이 좋은 부모이고, 충분한 사랑을 주는 것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내 자식의 잘잘못을 일러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내 사랑하는 아이가 밖에서 다른 사람에게 욕을 먹고 손가락질 당할테니 그것만큼 기분 나쁜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잘못된 것은 반드시 일러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붉은 손가락>에는 그렇지 못한 부모가 나옵니다. 중3인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를 목졸라 죽였음에도 사실을 은폐하고 시신을 유기해주고 심지어 치매에 걸린 자신의 노모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못난 아들 아키오와 그의 처가 그렇습니다. 와이프가 경찰에 신고하면 자살해버리겠다고 위협했다고해도 아들도, 와이프도 설득하지 못한 것도 잘못인데, 시신을 유기해주고, 심신미약 판결을 받을 것을 기대하며 노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아키오는 아들이자 아버지입니다. 분명 아들로서, 아버지로서도 낙제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탓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에는 아키오의 가정 뿐만 아니라 문제가 있는 가정이 또 있습니다. 가가 형사의 가정인데요..마음씨가 따뜻한 가가형사가 어찌된 일인지 말기 암으로 투병중인 아버지의 병실을 단 한번도 찾아가지 않습니다. 아무리 따뜻한 마음을 지녔어도 자신의 문제에 있어서는 무언가 용서못할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신참자에서 다른 사람들의 사정까지 살피며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던 가가 교이치로였기에 정말 의외의 모습에 역시 가가도 보통 사람이었어..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나중에 이유를 알게 되니 눈물이 났고, 그 아버지가 참 몹쓸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자신의 생각만 한 건 아닌가.. 남겨질 아들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붉은 손가락>의 스토리는 복잡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얽혀있는 사람들의 마음들이 복잡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이 나이에는 자식의 입장에서, 그리고 부모의 입장에서 모두 생각하게 되나봅니다. 만일 나였다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점점 마음이 무거워졌죠.

나는 '부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자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책의 결말은 뜻밖이고, 충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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