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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ㅣ 하트우드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김경미 옮김, 배그램 이바툴린 그림 / 비룡소 / 2009년 2월
평점 :
일년에 네번(서울지역)열리는 돌 프리마켓 행사에 가보면 여러 종류의 인형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모두들 자신의 개성을 자랑하지만, 그 중에서도 구체관절 인형들이 눈길을 끌지요. 매끄러운 바디에 그윽한 안구, 개성적인 가발과 의상을 착용한데다가 메이컵까지 완벽한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혹시나 생명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주인의 사랑을 받고 살아가는 그들, 주인도 인형을 산다고 하지 않고 입양한다고 말하며 지극정성으로 아이들을 돌봅니다. 인형이라고 말하면 화를 내는 주인이 있을 정도로요.
여기에도 인형이라고 불리우면 화를 내는 토끼인형이 있습니다. 에드워드 툴레인인데요.
에드워드는 자신이 아주 아름답고, 멋진 토끼라는 걸 압니다. 하지만 인형이나 물건취급을 당하면 화를 냅니다. 물론 곁에 있는 사람은 알지 못하지만요. 에드워드는 소녀의 사랑을 잔뜩 받고 있음에도, 자신은 그저 그 사랑을 받기만 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사랑을 주려고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소녀의 할머니는 에드워드의 그런 마음을 눈치 챘나봐요. 사랑할 줄 몰라 결국 흑멧돼지가 되어 요리신세가 되어버린 공주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아니, 저 할머니 너무했다...싶은데, 얼마지나지 않아 소녀와 그의 가족과 함께 이집트를 떠나 런던으로 여행하던 중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들의 손에 의해 발가벗겨져 바다로 떨어집니다. 그 때부터 에드워드의 여행이 시작되었지요. 어부 부부의 사랑을 받기도 하고, 부랑자의 사랑도 받고... 주인은 바뀌어도 항상 사랑을 받습니다. 그러면서 에드워드도 사랑을 배워나가지요. 사랑이라는건 언제나 아름답고 포근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사랑한 만큼 상처받기도 하니까요. 에드워드가 사랑을 주었던 소녀가 병으로 죽고, 그의 오빠와 함께 또 여행을 떠나지만, 헤드가 부서지고 맙니다. 소년은 에드워드를 살리기 위해 인형장인에게 가지만,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수리를 위해 돈을 가져오거나, 아니면 소유권을 넘기거나. 소년은 에드워드와 헤어지기 싫었지만, 그를 살리기 위해 소유권을 넘기지요. 다시는 못 보게 될 걸 알면서도요.
사랑을 하지 못하는 차가운 도자기 같은 마음도 슬프지만, 사랑을 하면서도 상대의 아픔을 어떻게 해줄 수 없는 그 마음도 무척 슬플테지요. 그러나, 사실은 차가운 도자기 인형이라도 품안에서 체온으로 서서히 따뜻해져가면서 보드라운 귓가의 털을 볼에 스치게 함으로써 상대에게 행복감을 주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랑을 준 셈이 아닐까요? 에드워드는 자신이 사랑을 주지 못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상대는 받았으므로, 결국 에드워드는 사랑을 준건데 말이지요.
마지막엔 잘 되었네요. 아마도 행복했을거에요. 그 행복이 영원하진 않더라도요. 그리고 다시 누군가에게 행복과 사랑을 나누어주겠죠. 에드워드 뿐만이 아니라 그에게 사랑받은 이들이 말이에요.
제목에서 눈치챘어요. 이 여행의 끝이 어떻게 될 것인지 말이에요. 그리고 반전없이 그렇게 흘러갔죠. 하지만 어때요 뭐. 잘되었으니 좋은거요.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속 공주님처럼 황당한 결말을 맞지 않았으니 다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