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의 공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재담 섭렵기 지식여행자 16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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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보통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사람과 재미있는 이야기도 재미없게 만드는 사람이 있지요. 이야기는 반드시 A-B-C 의 순으로 해야하는 건 아니고, 때로는 B-C-A 나 C-B-A 순으로 애하 맛이 살기도 합니다.

 

제가 즐겨보는 방송중 하나가 개그 콘서트인데요. 이걸 안보면 일주일이 제대로 마무리 안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지요. 개콘을 볼 때 폭소하게 되는 이유는 반드시 이렇게 되리라는 예상을 깨기 때문인데요. 우리는 예상외의 복병을 만나 헛점을 찔렸기 때문에 그 반동으로 웃음이 나오는 것이지요. <유머의 공식>이라는 책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인데요. 유머에도 공식이 있었다는 사실. 그냥 되는대로 웃기는게 아니었어요. 그중 하나는 숫자 '3'에 관한 것.

숫자 3이라는건, 성삼위 일체를 비롯해 동방박사 세사람, 믿음 소망 사랑의 3덕 처럼 좋은, 완벽한 이미지로 사용됩니다. 거짓말도 세번을 들으면 진실처럼 느껴진다는 말처럼 세번이라는것, 셋이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의 숫자인데요. 셋이라는 것은 웃음에 있어서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유머 코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거죠.

개콘에서의 필근이의 친구 세사람, 딴죽거리 잔혹사의 건달 세사람, 후궁뎐의 후궁 세사람, 이렇게 사람이 세명 나와 웃기는 경우도 있고, 이야기의 삼세번 중 세번째 - 막판 뒤집기로 헛점을 찌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즘 최고의 유행어로 뽑힌 끝사랑의 '앙~대여'같은 것이나 웃찾사 굿닥터의 '그렇게 말하는거 아닙니다.'같은 것이겠지요.

요새 유머 코드가 달라져서 버라이어티를 즐기며 순간 터져나오는 폭소를 즐기고는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그런걸 써먹을 수는 없는 법이겠지요. 지나친 유머 추구로 부장님 개그를 하는건 괴롭지만, 무뚝뚝하고 진지한 태도로만 사는 것보다 유머(humor)를 발휘할 수 있는 쪽이 더 사람(human)답다고 생각하는 저에게 이 책 < 유머의 공식 >은 좋은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공식을 외운다고 성적이 좋으라는 법은 없겠지만, 공식을 모르면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건 더 무리일테니까요. 외운다고 외워지는 스킬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분명 저에게 도움은 되었을 겁니다.

책에서는 유머의 공식들을 소개하고 예문도 들어주며 응용하는 법 같은것도 일러줍니다. 과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중간중간 들기는 하지만, 오호 이런 방법이라면~하고 감탄하게 하는 장면들도 있었습니다.

책을 재미있게 다 읽고 나서 저자 약력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난소암 투병중에 집필한, 그녀의 유작이었던 것입니다. 웃으면서 읽은 책에 감동을 받고 말았지요.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죽는 날까지 유머를 잃지 않고, 사람들에게 유머를 말한 그녀. 정말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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