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간이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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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적 배경이 지금과 다른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좀 힘든 것 같습니다. 미래를 향한 SF, 가상의 이야기도 그 시대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어렵지만, 작가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만들어 놓은 것이라 초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나면, 이내 적응하지요. 그러나 실제로 있었던 시대의 이야기인 경우 오히려 더 힘듭니다. 역사적 지식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같은 책을 읽었을 때 다가오는 느낌이라는 것은 매우 클 테니까요.

 

이런 점으로 생각해보면, 미야베 미유키라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지명, 인명, 직위명 등등 복잡한 것들을 적응해내고 나면 어느새 혼조 후카가와라는 곳에서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며 수박을 와작와작 씹어먹는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니까요. 이 책의 처음부분에는 나가야의 구조라거나 평민의 주거구역인 '마치'에 대한 부연 설명이 있습니다. 평민자치조직에 대해서도요. 읽다보면 아니 내가 조선시대의 서민살이도 잘 모르는데 이걸 왜 메모해가며 읽고 있지...하는 생각도 들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에 매력을 느끼는 이상 이런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하는 거라며 자신을 이해 시키고 공부합니다. 한편으로는 조선 서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 틈내어 그쪽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했지요.

 

<얼간이>에는 제가 좋아하는 얼간이 무사 헤이시로가 나옵니다. 어린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린아이 같은 면이 있어서인지 어린이들이 따르는 헤이시로. 제 주변에서 아이들이 맴도는 것이 제가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 것이로구나.. 하는 것을 헤이시로의 부인 덕분에 알았습니다. 헤이시로가 40대 중반임에도 그 집에는 대를 이을 아이가 없습니다. 아내는 언니의 아들. 그러니까 처조카인 유미노스케를 양자로 들이고 싶어하는 모양입니다. 유미노스케는 영특할 뿐만아니라 예의바른 미소년이거든요. 이대로 장사치가 되느니 헤이시로의 뒤를 잇게하자고 생각하는데 아이를 싫어하는 헤이시로는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요.

 

사건으로 넘어가서, 혼조 후카가와의 뎃핀 나가야에 사건이 발생합니다. 괴한이 침입해서 한 청년을 살해하고 도망가지요. 그러나 조림가게 오토쿠는 그 청년의 여동생이 범인일거라고 짐작합니다.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자는 관리인인 규베와 사이가 안좋았던 청년. 규베는 이 일에 책임을 느끼고 나가야를 나갑니다. 후임으로 들어온 사람은 어딜보아도 관리인을 하기엔 너무나 젊은 30대가 채 안된 청년입니다. 심지어 간쿠로라는 까마귀를 키우고 있는데, 새로온 관리인 사키치는 사람들에게 신뢰 받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뎃핀 나가야의 주민들이 그를 별로 환영하지 않는 가운데, 이번에는 항아리신을 신봉하던 가족이 이웃 가족들과 함께 야반도주하고 맙니다. 빚을 진 것도 아닌데, 그렇게 사라져 버리고 사키치의 입장은 더 난처해집니다.

 

이 사건에는 무언가 석연찮은 점이 보입니다. 분명 어떤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어디서부터 시작된건지 알 수 없습니다. 이에 헤이스케는 미소년 유미노스케와 함께 사건에 뛰어들고 이때 처음 등장하는 마사고로와 짱구의 활약도 볼 수 있었습니다.

 

좀 아쉽다면, 제가 <하루살이>를 먼저 읽어버렸다는 점입니다. <얼간이>를 읽고 <하루살이>를 읽었더라면 시간의 흐름도 느꼈을텐데, 순서가 바뀌어버려서 어쩐지 <하루살이>에 나오는 인물들의 회상편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되어버렸습니다. 두 이야기는 서로 연관이 - 그것도 아주 진한 연관이 있거든요.

 

 

인명에는 익숙해졌으나 지명이나 직책에는 아직도 눈이 뱅글뱅글 돌지만,

역시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는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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