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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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무서운 호러소설을 만났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잉 아이>인데요. 미야베 미유키의 괴담시리즈와는 사뭇 다른것이, 에도 괴담 시리즈는 귀신에게서도 사람을 느꼈다면, <다잉 아이>에서는 사람에게서도 귀신이 느껴집니다. 

귀신인가? 사람인가? 아니 둘다 아닌가?

 

읽을 때는 크게 무섭지 않았습니다. 다만, 장면의 묘사가 머리속에서 그려지면서 조금 공포스럽거나 약간 혐오스러웠을 뿐이지요. 하지만, 책을 덮고 잠을 자려니까 무서워서 어떻게 자야할까 고민되었습니다 - 고민했지만 피곤해서 금새 곯아떨어졌어요. 그런 기분 있잖아요. 계속 보면 분명 무서울게 뻔한데, 여기서 멈추면 더 잠 못들 것 같은 기분. 그래서 새벽 3시까지 열심히 읽어버렸죠.

 

용서 못해. 내 육체는 없어져도, 이 원한을 끝까지.

증오의 마지막 불길을 태우며 미나에는 상대를 노려보았다.

아, 죽고 싶지 않아. 레이지, 살려줘.

 

교통사고로 신혼의 새댁 미나에가 죽은지 1년 반, 바텐더로 일하던 신스케는 퇴근하려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습격을 받아 쓰러집니다. 범인은 미나에의 남편 기시나카. 미나에는 피아노를 가르치고 오는 도중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신스케가 타고있던 차에 한번 충격한 후, 두번째의 차량에 의해 벽과 차 사이에 끼어서 사망한 보기드문 케이스였지요. 기시나카는 미나에의 죽음 이후 방황하다가 신스케를 죽이고 자신도 죽기로 결심했나봅니다. 신스케를 습격 한 후 자살했거든요. 이렇게 범인이 죽음으로서 사건이 끝났으면 좋겠는데, 다시 이상한 일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사건을 파헤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습격 당한 이후 이상하게도 미나에의 사건 당시의 기억만 쏘옥하고 빠져나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겁니다. 자신이 집행유예 중이라는 사실만 기억 날뿐. 자신의 잘못은 어떤 것이었나를 확실히 알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 죄를 뉘우치겠다라는 마음으로 당시의 사건을 되짚어 나가던 중, 신스케가 근무하고 있는 바에 미인이면서도 묘한 분위기의 아가씨가 가끔씩 들러 몇잔의 술을 마시곤 합니다. 신비한 여인. 신스케는 그녀에게 대번에 끌리지요. 그런데, 어쩐지 그녀에게는 마성이 있는 듯 합니다. 그녀 앞에서는 사납지만 섹시한 맹수앞에 선 초식동물처럼 꼼짝 할 수 없습니다. 그녀에게 점점 빠져드는 신스케. 때맞추어 동거녀인 나루미도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무언가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집니다. 무언가가 잘 못 되었다. 뭔가 이상해. 그가 잊고 있던 사실은, 진실은 무엇일까요. 그는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나를 죽여.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잊지마.당신이 나를 죽였다는 사실을.  

당신이 죽인 여자의 얼굴을, 이 눈을.  

 
   

 

"지금 봐도,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을 것 같다."

책 뒤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글이 써있었습니다.

아.. 그렇네요. 다시 이렇게 쓸수 없을 것 같아요. 요새 작품들을 보며 한숨을 조금, 고개를 조금 절레절레 해서 그런지 이 작품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소설이 원래는 문예지 [소설 보석]에 연재했던 글이라고 하는데.. 연재 당시에 사람들이 얼마나 이 글을 기다려왔을지... 상상됩니다. 저같으면 다음 발간일까지 조마조마해서 못 견뎠을거에요. 차라리 단행본이 나오면 사자고 결심했을 테죠. 그러나, 연재 후 8년만에 단행본 출간이라니. 차라리 이 책을 늦게 알게 된것을 다행으로 여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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