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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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하반기에 출판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입니다. 제목과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만으로도 확 끌리더군요.

 

 

뻐꾸기는 탁란으로 유명한 새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지만, 제 알을 품어 부화할 정도의 정신머리는 없어서 딱새 둥지 같은 저보다 작은 새의 둥지에다가 알을 낳지요. 그렇게 부화된 아기 뻐꾸기도 뻔뻔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주변의 알들을 밖으로 차내버립니다. 그리고서 엄마, 아빠의 유일한 자식은 나 하나뿐이라고 소리높여 울면서 제 어미보다 더 커질때까지도 먹이를 받아먹다가 결국은 둥지를 떠나버립니다. 그래도 지금은 멸종위기라 보호해주어야 하는 새이죠.배은망덕의 대명사. 요녀석은 자라서 또 다른 둥지에 알 한개를 낳아놓고 도망갑니다. 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독한 녀석.

 

 

저는 이 소설도 그런 맥락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목으로 내용을 유추할 수 없으면 모르되 이건 어느정도 상상이 가잖아요. 네이밍 센스가 지독히 부족해서 제목이나 이름짓기를 잘 못하는 저 이지만, 전문가에게서는 살짝 기대를 하게 되므로, 이 소설도 뻐꾸기 같은 녀석이 나오려나.. 했습니다.하지만, 뻐꾸기 알은 사람이 아니더군요. 배은망덕한 자식 같은건 더더욱 아니었구요.

 

동계 올림픽 일본 대표였던 히다. 메달을 딴 적은 없어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선수입니다. 히다가 유럽 전지 훈련을 하는 도중 임신중이던 아내가 예쁜 딸을 낳습니다. 그러나 그 후로 아내는 육아노이로제 비슷한 우울증을 겪더니 결국은 자살하고 맙니다. 그리하여 히다는 외동딸 카자미를 스키어로 키우는데, 카자미는 걸음마를 뗄 때부터 스키에 재미와 흥미, 재능을 보입니다. 역시 히다의 딸 답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아내가 숨겨놓은 신문조각을 발견하고 카자미가 자신의 딸이 아니라 수년전 병원에서 유괴된 신생아였음을 깨닫습니다. 아내가 출산했다는 병원을 찾아가 보아도 아내의 출산기록은 없었으니까요. 아내가 아이를 훔쳐서 키웠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자살해 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카자미의 원래 부모를 찾아주지 않고 자신의 자식으로서 키웁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카자미도 20대의 아가씨기 되어있었고, 카자미의 소속사인 신세 개발 연구팀의 유즈키라는 과학자가 히다를 찾아옵니다. 유즈키는 스포츠 스타를 조기에 발굴 할 수 있는 유전자 패턴을 발견해 DNA를 채취해 유전자 연구에 활용하려고 히다와 카자미의 유전자 샘플이 필요했지만, 히다는 딸의 출생의 비밀때문에 연구를 허락할 수 없습니다. 그러던 중, 카자미의 생부로 생각되는 가미조라는 남자가 히다를 찾아오고, 그날 오후 카자미에게 팬이라며 인사를 하러 갔던 그가 버스 사고로 중태에 빠지고 맙니다.  어쩐지 그 사고는 카자미를 노린것 같은데요. 히다는 가미조가 백혈병에 걸린 자신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 골수 이식때문에 카자미를 찾아온 것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사실을 밝혀야하는가 카자미를 노린 사람은 누구인가.. 하는 것 때문에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는 뻐꾸기는 카자미가 아니었습니다. 뻐꾸기는 재능의 유전자였죠. 부모가 몰래 넣어놓은 재능의 유전자 뻐꾸기알은 자신이 키우고 싶지 않다하더라도 자신의 안에서 몰래 자라나는 그런거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죠....이상합니다. 문장의 호흡이 짧아요. 이전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읽을 때면, 길다 짧다를 못 느꼈었는데요. 이번엔 짧은게 확실히 느껴집니다. 오죽했으면 번역가가 초보인건가, 그렇다고 함부로 문장을 쪼개버리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의심으로 번역가의 이름을 확인했지 뭐에요. 번역가는 김남주님, 이제껏 수많은 책들을 번역하신 베테랑이십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들도 여러권, 신참자를 비롯한 히가시노게이고의 책들도 번역하셨죠. 그러니 번역가의 탓은 아닐겁니다. 그럼 왜그런 걸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맞나 의심까지 했습니다. 혹시 소스만 제공하고 다른 사람이 써서 그의 이름으로 책을 낸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그렇다면 이거야 말로 탁란,아니 역탁란인가요.)뭔가 진행방식이 깔끔하지 않고, 좀 더 묘사라던지 세부사항이 그려져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설프게 마무리 지어진 것 같은 그런 기분도 들었구요. 마치 잡지에 연재되고 있던 만화가 인기도 저조때문에 편집부 회의를 거쳐 '앞으로 5회 내로 마무리 지어 주세요.'라는 통보를 받고 연재 하차직전 서둘러 뒷이야기를 마감지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말하고자 하는게 뭐였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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