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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 개정판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5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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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게코, 인간이란 그렇게 독창적인 동물이 아냐.
모두 뭔가를 흉내내면서 살고 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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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p.67
정말 읽기 힘들었던 소설입니다. 매 순간 가해자의 악의와 피해자의 절규, 그리고 남은자들의 고통이 전해져와 숨이 막혀서 .... 책의 분량으로 따지자면 <솔로몬의 위증>정도라 할 수 있지만, 무게라면 이쪽이 훨씬 더 무겁습니다. 제가 과연 이 소설을 요약해 낼 수 있을까요? 스토리의 진행도 중요하짐나 순간과 장면의 의미도 중요하기 때문에 줄거리라는 것이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모방범도 그다지 평이 좋지 않았나봅니다. 그 만큼 이 책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담고 있어서 몇줄의 요약으로도 말할 수 없고, 2시간의 영화 상영시간동안 다 담아낼 수 없습니다.

도쿄 한 공원의 쓰레기통에서 여자의 오른팔과 또 다른 여자의 핸드백이 발견되는 것으로 연속 살인의 이야기가 시작 됩니다. 정말로, 정말로 이것은 시작에 지나지 않습니다. 핸드백의 주인인 마리코의 외할아버지 요시오는 전화로 범인에게 농락당하고 범인에게 저항하지만 무의미한 일입니다.
범인은 히로미와 피스라는 두 청년입니다. 지능적인 피스는 돌도 되기 전에 죽어버린 자신의 누나의 환영에 시달리는 히로미를 조종하여 각본, 연출가가 드라마를 만들듯이 여자들을 납치, 괴롭힘끝에 살해, 유기합니다. 그에게 있어서는 이 세상은 무대이고, 그녀들은 여배우, 그리고 나머지 모든 사람들은 관객이었습니다. 피스는 자신과 히로미의 동창이자, 히로미의 어렸을때부터의 절친.. 그러나 나중에는 괴롭힘의 대상처럼 되어버린 착한 친구 가즈아키를 이 연속살인의범인으로 꾸미려고 합니다. 비밀이지만, 가즈아키와 히로미를 공범으로 만들고 자신만 쏙 빠지려는 계략이었죠. 하지만, 히로미와 가즈아키는 트렁크 안에 남자의 시체를 싣고 달리던 중 교통사고로 모두 사망하게 됩니다. 경찰은 연속살인의 범인이 그 2인조라고 발표하지요. 가즈아키의 가족도 가해자의 가족으로써 고통을 당하게 됩니다.
르포를 쓰려던 시게코가 사건을 파헤치고 기사가 주목 받는 차에 피스가 대중앞에 나타납니다. 진범 X는 따로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들고서 말입니다. 심지어 책까지 냅니다. 이런 과정에서 가즈아키의 착한 여동생을 이용합니다. 과연 피스는 언제까지 사람들을 자기 손바닥 위에서 조종하며 농락하며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어린시절의 불행한 기억들이 반드시 범죄자를 낳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의 범인들은 그러했습니다. 히로미의 경우 정신이상에 가까운 환각을 보게 된것은 그때문이었지요. 죽어버린 딸의 이름을 한자만 바꾸어 아들에게 붙인 부모부터 제정신은 아닐겝니다. 그리고 어린시절 학대도 받았지요. 덩치가 커진 히로미는 부모를 학대합니다. 되갚아준달까요. 어쨌든. 그들이 어떤 과거를 가졌던간에 동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을 구해주고 싶어했던 가즈아키를 결국엔 죽음으로 끌어들이고 말았으니까요.
피스는 중2병이 치료되지 않은 채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은 녀석입니다. 자신이 위대하다고 생각하며 자만심에 빠져있거든요. 자신이 모든 사람들을 조종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자란듯한 가즈아키마저도 그것은 어린아이 같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영리한 피스는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 그것이 자신의 목을 옭아맬 줄도 모르고서 말이지요.
저는 어쩐지 저널리스트이면서 사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시게코보다 요시오 할아버지에게 정이갑니다. 손녀의 죽음으로 인해 딸마저 몸과 마음을 다쳐 병원신세를 지게 되어있어 슬픔이 엄청 날 텐데도, 운영하던 두부공장까지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도 그가 세상을 보는 모습은 참으로 의연했습니다.
숨막히는 진행. 악의를 거쳐 마지막엔 통쾌하기까지한 그런 결말의 소설이지만, 책을 덮는 순간 가슴 한복판이 지잉하고 울리며 어쩐지 슬퍼졌습니다.
어째서였을까요.

"하지만 조심해. 세상에는 나쁜 인간이 많으니까. 나나 너처럼, 불행한 일을 당해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고 고통속에 괴로워하는 사람마저도 속이고 뭔가를 빼앗고 이용하려는 인간이 잔뜩 있으니까."
3권 p.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