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인
쓰카사키 시로 지음, 고재운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도리야마 도시하루. 일러스트레이터로 디자인회사에 근무하고있고요. 오늘 생일입니다. 아내 미유키가 일찍 들어오라고 했지만 귀가가 늦어버린데다가, 불꺼진 집안에는 열 일곱개의 촛불과 피흘리며 죽어있는 아내의 시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전화가 울렸습니다. 뜻밖에도 전화를 건 사람은 아내 미유키. 하지만 죽어있는 여자도 나의 아내였습니다. 미처 상황판단을 하기도 전에 2인조 형사가 현관앞에 와 있습니다. 당황스럽지만, 그들을 집안으로 들일수는 없습니다. 망설이는 사이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그들은 형사가 아니라 당신을 유괴하려는 사람들이라고. 그래서 나, 도리야마 도시하루는 달아납니다.

공중전화에서의 피격. 다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가 자신의 아내를 죽였고, 자신도 노리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지만 영문은 알 수 없습니다. 낯선 여자 - 사실은 기자이지만- 의 도움을 받아 몸을 피했다가 절친이자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이부키에게로 갑니다. 그 곳에서 우연히 잡지를 읽게 되는데요. 잡지는 영문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이었습니다. 그는, 영어를 할 줄 모르는데 마치 일본어를 읽듯이 줄줄 읽을 수 있었지요. 게다가 그림은, .... 자신의 직업이 일러스트레이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림을 그릴수가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그의 기억은 구멍이 숭숭난 것처럼 부분부분 기억이 나지 않기 시작하며, 다른 기억들이 그 기억을 대신합니다. 심지어 자신의 집 주소나, 전화번호도 기억나지 않고 찾아 가 본 곳은 엉뚱한 곳. 다카나시 어쩌구 하는 이름은.. 또 뭘까요? 그 이름은 어째서 그의 머리속에 있는 건지...

 

로저 스페리의 분리뇌 수술 같은 것이라도 받아서 그의 몸 안에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이라는 두명의 인격이라도 존재하는 걸까요?

 

 

이 소설 <무명인>은 가벼운 화학과 가볍지 않은 유전공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유전공학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해서 주인공인 '나'가 유전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그 반대이니까요. 그 자체로는 결함이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누구나 감기에 걸리듯, 그도 그런 상황에 걸려든 것 뿐이니까요.

 

 

 

"사람의 감정은 신경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단백질 화학반응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이더군요. 사람이 기쁨이나 슬픔을 느끼는 건, 뉴로펩타이드라는 아미노산이 대뇌 속에서 화학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사랑도 증오도, 사람의 감정은 전부 생화학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거죠. 어쩌면 사람 기억도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만일 사람 기억이 대뇌에 쓰여진 아미노산 화학식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 화학식이 변화하면 기억은 소멸하기도 하고 전혀 다른 것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

p.122

 

 

 

소설은 무척 흥미롭습니다. 간단한 화학적 원리를 이용해서 탈출을 한다거나 하는 신은 오래전에 보았던 맥가이버가 떠올라 신나기도 했구요. 기억의 외곡이나 변형 같은것은 어쩐지 조금 슬퍼지기까지 했습니다. 이중인격이나, 기억상실증(블랙아웃)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것도 흥미진진했습니다.

 

과연 이런 일이 과학적으로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지만, 저의 짧은 지식으론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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