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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김유철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평점 :
약수터로 가는 어느 등산로에서 머리와 몸통이 따로 떨어져있는 여자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시체에는 심장이 없었지요. 쾌락살인 인듯 아닌듯, 시신의 옷에서만 정액이 검출됩니다. 범인은 어째서 머리를 따로 떼어놓았고, 심장을 없앴을까요. 그리고 과연 이 사건이 첫번째 살인사건일까요?
이 사건이 일어날 즈음하여 소설가이자 강사인 민성에게 한 젊고 부유한 여자가 접근합니다. 그는 현길이라는 남자의 이야기와 함께 자신의 실종된 여동생을 찾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지요. 현길의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2년간 실종된 여자들, 혹은 사건들이 민성의 소설 스토리를 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현길은 어째서 그의 소설과 행적을 추적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어째서 사건은 소설을 따르고 있는지 그것을 찾아내면 여자의 동생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민성은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사건의 흐름에는 몇가지 코드가 있습니다. 먼저 헤마토필리에(hematophille). 이른바 혈액 패티쉬이지요. 가볍게는 여성의 생리혈에 흥분하는 타입부터 무겁게는 실제로 피를 내게하며 절정에 이르는 타입까지 있습니다. 어느쪽이던 저에게는 불쾌할 따름이지만요.
다음은 등산로에서 발견된 여자 이은희의 방에서 발견된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라는 책. 이 책은 1890년대 간행된 책으로 고대 아리아인의 수목숭배 중에서도 떡갈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살이 나무에서 유래한 황금가지라는 말을 따서 제목으로 삼은 책입니다. 말하자면, 고대 사제직에 관련된 책으로 유럽의 제전과 민간신앙을 연구한 책입니다.
그건 아주 단순한 사실에서부터 유래되었어. 잘린 겨우살이를 살펴보면 어느 순간 황금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니까. 고대의 켈트족은 그 황금가지로 태양 불을 다시 붙일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아. 태양의 불이 사라져서 춥고 궁핍한 겨울이 왔다고 생각을 했거든. 그들은 언제나 두려워했을 거야. 겨울이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같은 것 말이야.
p.115
그 다음으로 아주 중요하게 보아야 할 코드는 테노치티틀란입니다. 고대 아즈텍 문명의 중심지였지요. 아즈텍이라고 하면 여러가지가 생각이 나겠지만 저는 태양신 숭배와 인신공양이 떠오릅니다.

그들은 태양이 뜨지 않을까봐 두려워했습니다. 태양을 숭배하는 토나이투나, 켈트족등 전 세계의 여러 부족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들은 사람을 제단에서 죽여 그 심장을 바침으로써 태양에게 붉은 기운을 다시 주곤 하였던 것이지요.
그러니 제사장이란, 인신공양을 위해 살인을 해야하고, 신성하게 여겨지는 황금가지를 꺾어 내일의 태양에 불을 붙여야만 하는 존재인 것 입니다. 이 이야기의 살인자는 내일의 해가 뜨게 하는 제사장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제사장은 누구인가요.
소설은 같은 양의 진행이라기보다는 구슬을 엮어놓은것 같은 진행 방식을 취합니다. (이런 방식을 뭐라고 하는지 몰라서..) 중요한 부분은 자세히, 축소해도 괜찮은 부분은 과감히 간결하게 서술해버립니다. 제가 궁금해 하던 부분이 그냥 한줄에 끝나버리기도 하거든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 소설 어렵습니다. 띠지에, 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을 넘나든다는 말이 있는데,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좀처럼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책을 덮은 후에도 그래서 '이건 뭐가 어떻게 되었다는 이야기야?'라는 기분이었죠.
그래서 다시 읽었습니다. 내가 놓친 것은 무엇이었나, 그러므로 범인은 누구라는 건가.
그런 결과 깨달았습니다. 아. 그렇구나.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로구나.
수많은 복선들이 숨어있었습니다.
그것을 눈치채느냐 못채느냐는 독자의 몫인 것이지요. 하지만 어쩌면 제가 생각한 것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작가님께 제 생각이 맞냐고 묻고 싶은 심정이 되었으니까요.
인문적 지식이 없는 저만 어렵게 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혀 관련이 있는듯 없는듯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가 생각났습니다.
쌍동이가 나와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마음속에 침투하는 악의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어린이들? 타인에 대한 조종? 어쩐지 이미지가 겹칩니다.
아, 내용은 전혀 다릅니다.
어.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