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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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라고 하면 꿈속에서나 볼 수 있는 도시, 아니면 이상적인 도시, 혹은 꿈을 이룰 수 있는 도시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오쿠다 히데오의 <꿈의 도시>는 다릅니다. 이름뿐인 꿈의 도시니까요. 정말이에요.

 

수많은 간판들 속에 '꿈의 신도시, 유메노'라고 적힌 큼직한 보드가 있었다. '유다',메카타','노카타'라는 세개 읍이 합병해 탄생한 곳이다. 각각의 머리글자를 따서 '유메노 시'가 되었다. 시의 이름에 대해 딱히 반대 운동이 없었던 걸 보면 '유메노'라는 말의 어감이 그리 나쁘지 않게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무코다 군(郡)'이라는 역사적인 지명은 아예 묻혀버렸다.

p.20

 

이렇게 세개의 읍이 합병해서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갈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로, 상점가는 모두 망해서 문을 닫았고, 생활보호비를 어떻게든 많이 타내려하는 노인들과, 이혼후 혼자 아기와 생활하지만 개념은 없는 젊은 엄마들. 제 잇속만 챙기고 큰 도시로 떠날 궁리를 하는 정치가들에다가, 황량한 이런 시골 도시를 떠나서 도쿄에서의 화려한 생활을 꿈꾸는 젊은이들. 사기와 매춘기 빈번하게 행해지는, 그런 악몽같은 도시가 있을 뿐입니다.

 

이야기는 다섯명의 주인공이 번갈아가며 끌어갑니다.

어떻게든 불량 수급자를 줄여야만 하는 스트레스 만땅 사회복지과 공무원 도모노리.

지긋지긋한 이런 시골 구석을 벗어나 인 도쿄를 꿈꾸는 입시생 후미에,

노인을 상대로 전형적인 사기 세일즈를 하는 전직 폭주족 유야,

마트 식품매장의 소매치기나 좀도둑을 잡아내는 보안요원이자 이혼녀이며 사이비종교 신자 다에코,

유메노를 꿈의 도시로 만들겠다고 큰소리 치지만 사실은 제 잇속만 차리는 불량 정치가 준이치. 이렇게 다섯명이 이야기를 끌어나갑니다.

 

그저 상관없이 번갈아 나올 뿐인것 같지만, 이 도시는 넓이에 비해서 인구는 그다지 많지 않아 서로 스치듯, 인연이 있는 듯 없는듯 살짝 살짝 연관되면서 흘러갑니다.

그러다 무엇에 홀린듯 다섯명 모두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범죄에 말려들어가게 됩니다. 직접 범죄를 저지르기도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방조자가 되기도 하고, 혹은 미필적고의...

 

그리고 끝내 마지막에서는 서로가 한 자리에서 만납니다.

이게 뭐야. 엉망진창.

소설을 읽으면서 <사채꾼 우시지마>라는 만화가 떠올랐습니다. 이 책에 사채라는 단어는 한 번 정도 언급되는데, 사실 직접적인 사채로 인한 큰 피해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사채꾼 우시지마>를 떠올리게 된 것은  <꿈의 도시>는  죽어가는 소규모의 도시에서 일어날 법 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채꾼 우시지마처럼요.

 

 

이토준지의 만화를 보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제가  <사채꾼 우시지마>는 읽기가 두려울 정도로 가슴 졸이며 읽습니다. 그렇게 무서워하면서 왜 읽냐고 묻지만, 어쩐지 읽고 싶은 묘한 마음때문이죠. 이 만화는 19금인데, 야하기도 하지만 잔인합니다. 사채의 두려움 뿐만 아니라 빚을 진다는 것은 현세에서 지옥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완벽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꿈의 도시>는 그렇게 두려운 소설은 아닙니다. 오히려 만화로 치자면, <원한해결 사무소>정도일껍니다.

그렇다고 원한해결 사무소 처럼 통쾌한 결말들이 있느냐하면.. 그것도 아니네요. 단지 원한해결 사무소처럼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밝은 부분에 꺼내 놓고 관전하는 맛이 있었습니다. 조금 더 통쾌해도 좋으련만.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헐.. 얘네 어떡하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덮으면서 풉하고 웃음이 새어나왔구요. 정말 ... 얘네 어떡하죠? 큰일났습니다.

 

책은 두꺼운데 가독성이 엄청 좋습니다. 스피디한 전개에 지루할 틈이 없네요.

좌충우돌. 예측불허입니다.

코미디, 드라마, 하드보일드, 액션, 정치, 로맨스(.....맞나?), 추리... 등등 모든 것이 한 편에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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