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 동화로 만나는 사회학
박현희 지음 / 뜨인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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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는 학습능력이 떨어지나? 왜 문열어주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해도 문 열어주고, 험한 꼴 당해도 정신 못차려서 결국에는 독사과까지 먹는건지 원. 어디 모자란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왔었습니다. 진짜로요. 그래서 백치미라는건 백설공주를 두고 하는 말인가보다.. 했지요.

그러다가 발견하게 된 책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 >. ... 진짜 왜 자꾸만 문을 열어주지?

 

 

이 책은 백설공주의 문열기에 대한 심리학 책이 아니라 사회학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서울대 사회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고등학교 선생님이신 박현희님이신데요.

 

책을 읽으면서 두가지에 놀랐습니다.

첫번째는 동화를 심리학적으로 파헤친 책은 몇권 읽어보았지만 사회학적으로 풀어낸 책은 처음 읽는지라 이렇게 읽을 수도 있구나하는 것에 놀람을 넘어서서 약간의 충격을 받았지요.

 

이를테면, 튼튼하고 견고하게 지은, 그러니까 시간을 들여서 잘 지은 집이 좋다는 것을 알게 해줌과 더불어 지푸라기 집과 나무로 급히 쌓은 집을 비웃게 만들었던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가 있었지요.

 

어?? 그런데, 그런 집만이 좋은 건 아니었어요. 알면서도 왜 연결짓지 못했을까요? 유목민인데, 셋째 돼지처럼 벽돌집을 짓고 있다면, 그거야말로 바보짓 아니겠어요? 그리고 열대지방에서는 풀이나 나무로 집을 지어야 통풍도되고 그야말로 숨쉬고 살지요. ..이렇게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서로 연관 짓지 못했던 것들을 연관지어 주며, 새로운 시선으로 사물이나 현상, 사람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는 점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제우스에게 벌을 받아 개미가 된 몹쓸 농부가 결국엔 여기저기 자신이 다 먹지도 못할만큼 식량을 쌓아두고서 겨울에 찾아온 베짱이에게 배짱을 부리는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두번째 놀라운 사실은 저자가 고등학고 사회선생님임에도 불구하고 - 여기서 불구하고 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어쩐지 제 머리속에서의 사회선생님은 고지식하고 학생주임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 학생들의 편에서 생각을 많이 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권위적인 의미에서 학생따위가 슬리퍼를 신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분이었던 것이지요. (위험하다는 이유에서 슬리퍼를 신지 말아야 한다며 선생님들은 어째서 신는거죠?)

레게머리가 잘 어울리는 남학생이 결국 3일만에 머리를 자르고와서 엉엉 울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 할 수 있는 선생님이시라는 점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이 책은 여느 책보다 놀라운 것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이제 동화들이 또 다른 시각으로 보이겠네요.

 

아, 그러니까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준거냐고요?

외로워서요.

 

화해할 이유가 없는 사이끼리 강요된 화해는 나쁘다. 화해를 무조건 좋게만 보는 것은 잘못이다. 사이좋을 이유가 없는 사이끼리 사이좋으라고 하는 것은 살짝 변장한 폭력이다.
여우와 두루미가 꼭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가? 여우와 두루미가 왜 같은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어야 하는가? 그렇게 상대방이 먹을 밥그릇 모양새까지 머리 아프게 따져 보지 않아도 기쁘고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친구도 얼마든지 있을 터인데, 꼭 여우와 두루미가 친구가 되어야 할까?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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