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 - 삶의 굴곡에서 인생은 더욱 밝게 빛난다
김재식 지음, 이순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프롤로그를 읽을 때 부터 가슴이 아려왔습니다.

본문을 읽기도 전에 남편의 사랑이, 그리고 하루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 끝내 포기 못할 미련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어린시절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시골집을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갔으나, 부자는 커녕 셋방살이가 되어버린 탓에, 그리고 학교를 갈 수 없었던 탓에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 떠도는 삶을 살았던 남자. 그랬기에 가족은 소중했으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가 되었을 겁니다.

쓸쓸한 시절을 보내고 아내를 만나 아이들도 낳고 드디어 삶에 정착하며 살 수 있겠구나, 이웃과 나누는 공동체 삶을 살아보자며 터전을 마련하기 시작할 무렵 남자의 아내는 병에 걸리고 맙니다.


희귀한 병. 난치병. 죽을만큼 자신도, 주변도 고통스러운 병. 그 병때문에 가족과 이웃과의 행복한 삶을 꿈꾸었던 남자의 삶은 비틀거리기 시작합니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고, 그렇다고 쉽사리 죽을 수도 없는 그런 삶. 아내는 스스로의 고통에, 그리고 남편이 감내해야할 것들에 대한 슬픔에, 아이들을 챙겨주지 못하는 아픔에 절망합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지켜주는 남편이 있어 어떻게든 살아보려 합니다.


남편은 특별히 고귀한 영혼을 가졌다거나 희생정신이 투철한 사람은 아닙니다. 가끔 힘들면 눈물을 쏟기도 하고, 아내에게 투덜거리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함도 가지고, 돈 걱정도 하는.. 그런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가장입니다. 그렇기에 더 대단합니다. 가진 것 하나 없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것, 할 수 없는 것에서 최선을 다해 아내 바라지를 합니다.

 

 


 

아이들도 일찍 철이들었어야만 했습니다. 엄마의 병 간호를 하느라 아버지가 밥벌이도 못하고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것을 알고 스스로를 지켜야만 했습니다. 자기 스스로가 가장이었고, 보호자였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잘 자라주고 있었습니다. 아빠나 엄마에게 말하지 않은 원망도, 서러움도 분명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씩씩하게 건실하게 잘 자라줬습니다.

 

 


 

이 책을 보는 내내 힘들었습니다. 참 읽기 힘든 책이었지요.


내내, 그래 건강한 것 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야. 난 행복한 사람이지. 내 주변의 사람들도 건강하니 행복해. 하는 마음이 자꾸만 들지 뭡니까. 남의 불행이나 아픔 그런 것을 보면서 자신의 행복을 느끼거나 다행이라고 여기는 것은 교만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 책을 보면서 그런 교만이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것을 억누르느라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마음을 딱딱하게 굳히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책을 읽으면 그들의 노력과 고통과 희망이 그냥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러다 어느새 병실의 풍경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아 다시 나의 교만함이 고개를 쳐들고.


책을 읽는 내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 자신이었습니다.


문장력이 좋다거나 표현력이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내 마음에 더 와닿은 게 아닌가 합니다. 아내를 간호하며 틈틈히 써나간 원고. 아내에 대한 사랑.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후원해주시고 도와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들이 꾸미지 않은 문장으로 솔직히 다가왔습니다.

 

 

아직도 그의 아내는 투병중입니다. 폐 한쪽, 눈 한쪽을 잃었지만, 사지마비에서 벗어나 귤을 까서 남편의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울퉁불퉁 엉망진창의 귤이었지만 남자는 그자리를 벗어나와 눈물을 흘렸더랍니다. 그만큼이라도 회복되어주어 고맙다며.


사람은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다가간는 절망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이제까지 살아온 날에 하루씩을 공짜로 선물 받는 축복의 존재였다.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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