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소리 마마 밀리언셀러 클럽 4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아이코. 40대의 한 여자가 있습니다. 불고기집에서 일하고 있지요. 어느 날 이 불고기집에 보육원 시절의 보육사와 25세 연하 남편이자 아이코와 함께 보육시설에서 지냈던 남자가 식사를 하러 옵니다. 그들은 아이코를 알아보았지요. 그리고, 그 날 밤. 아이코는 그들의 집에 찾아가 뜨거운 불길을 선사합니다. 그녀의 살인은 그것이 최초는 아니었습니다. 보육원 동기생을 죽인게 가장 첫번째 살인이었지요. 그녀에게 살인, 방화.. 이런건 대수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냥 그들이 내 인생에 있다는 것이 귀찮은 일일 뿐이지요. 깊게 생각하는건 그녀의 장기가 아니니까, 그냥 귀찮으니 죽여버리면 그만입니다

 

부잣집에 들어가 가정부 생활을 좀 해볼까 했는데, 세살 난 그집 아이가 아니꼽습니다. 질투도 나고요. 그래서 유괴합니다. 그집의 돈을 훔쳐서 나온 것도 아니고 몸값요구를 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사모님이 짜증스러웠고, 아이가 얄미웠을 뿐입니다.  그냥, 내 맘대로 안되니 짜증스러운 것이었겠죠.

 

아이코는 처음엔 창녀촌에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 자신도 기억 못합니다. 다만, 엄마는 창녀였고, 자신을 이곳에서 낳고 죽었다는 것 뿐이었지요. 엄마의 유품이라고 하는 하얀샌들과 말을 걸던, 창녀촌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인 어린아이는 창녀들의 화풀이 대상이 될 뿐이었습니다. 따뜻한 말한마디, 잠자리 같은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창녀들의 '왕엄마'(포주)가 죽고 나니 창녀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아이코도 보육원에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곳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했었지요.

 

그리고 일련의 사건들. 마지막 즈음에 그녀는 죽은 줄 알았던 엄마를 만납니다. 모든 사실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사건들이 일어 난 후였지요. 그리고 돌이킬 수 없습니다.

 

'왕엄마'가 차에 치여서 즉사한 날, 나는 자유를 찾게 되었다. 타인의 죽음은 자신을 자유롭게 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그날이다. 타인의 죽음은 노트를 새하얗게 바꾸는 지우개. 나는 지우개를 사용하는 기술이 좋다.

 

p.147

저는 리셋증후군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리셋증후군이란,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켰을 때 리셋하면 되는 것처럼 현실세계에서도 잘 못 된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리셋이 가능할 것 처럼 여기는 증상입니다. < 아임 소리 마마>의 주인공 아이코의 경우 엄밀히 말하자면 리셋 증후군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인생의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눈앞의 사람을 지워버리면 다시 인생이 시작되는 것처럼 느낀다는 데서 어쩐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두려웠습니다. 아이코는 약삭빠른 여자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무지한 쪽에 가깝지요. 참을성도 없고, 애교도 없고, 지식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성실한 쪽도 아니어서 아무리보아도 사회에 적응 할 수 있는 타입은 아닙니다. 그러니 사회적 약자일 겁니다. 그것도 태어날 때 부터요.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무지함이 무기가 되어 사람을 죽입니다. 죽이고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고 희열을 느끼는 것도 아닙니다. 말 그대로 그냥 방해가 되니 없앨 뿐.  <활자 잔혹극(루스 렌들작)>에서 유니스가 문맹이었기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던 것 처럼 아이코는 무지했기에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그렇기에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 나올 때 마다, 저사람도 죽는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떨게 되었고,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이고, 그 시체 옆에서 잠을 잘 수 있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니 정말 두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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