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창해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간혹, 심장 이식을 받은 사람이 도너의 기억을 가지게 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정설은 아니지만 그런 일들이 보고 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기억은 심장에 있는 것일까요? 그렇기 때문에 슬픈일이 일어나면 가슴이 아파 견딜수가 없는 것일까요?

의학적으로 본다면, 기억이라는 것은 뇌가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뇌가 하는 일은 무척 많지만 말입니다. 만일 사고로 뇌의 일부를 이식받고, 그 수술이 100% 성공적이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이 몸의 주인은 나인가요? 아니면 도너인가요?

 

또 하나의 의문이 있습니다. 만일 내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끔찍한 사고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나를 살려냅니다. 하지만 그 후 각종 후유중에 시달린다면, 그 때 죽게 놔두어야했다며 나를 살린 사람을 원망하게 될까요? 그렇지 않으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살아갈까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변신>은 이런 숱한 의문을 가지게 한 소설이었습니다.

 

평범하다 못해 지루할정도의 삶을 살던 나 준이치는 어느날 부동산에 새 원룸을 알아보러 갔다가 괴한의 습격을 받고, 어린 여자아이를 구하려다가 머리에 총을 맞고 맙니다. 알려지지 않은 기업의 후원으로 그는 세계 최초로 뇌 이식을 받고 살아납니다. 도너와의 적합성도 100%. 순조로이 회복을 하고 퇴원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부터입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준이치는 좀처럼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사귀던 여자친구, 특히 그녀의 주근깨를 좋아했었지만, 그녀의 주근깨도, 그녀의 성격도 점점 싫어집니다. 그냥 오랜 병상생활때문에 조금 달라진 것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청각이 예민해지고, 음악적인 소양도 생긴데다가 나태한 것을 조금도 못견디고, 심지어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도너의 영향이다. 그렇게 생각한 준이치는 도너가 누구인지 추적합니다. 그리고,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어쩐지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그를 점점 더 파멸로 몰고 갑니다.

 

과연, 영혼과 기억, 뇌와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요?

 

실제로 뇌의 일부가 손상을 입거나 파괴된 경우 오감이 달라진 (혹은 사라진) 예는 많습니다. 폭력적이 되거나, 우울증을 앓거나하는 일들이 있지요. 그렇다면, 그 사람의 영혼마저 달라지는 것일까요? 어떤 경우이든 상상하고 싶지 않습니다.

만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저런 일을 겪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그 사람을 대하게 될까요?

예전의 그 사람으로? 아니면, 새로운 사람으로? 

조금은 우울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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