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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ㅣ 사계절 1318 문고 37
미야자와 겐지 지음, 이경옥 옮김, 이광익 그림 / 사계절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미야자와 겐지라고 하면 어쩐지 불편한 느낌의 동화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는 동화스러운데 마지막에 이르르면 단순히 교훈을 주거나 감동을 주는 동화라기보다는 어떤 철학적인 메세지가 있는 것만 같아서 골똘히 생각하게 하지만, 지력도 딸리고, 지구력도 딸리는지라 그냥 포기하게 만드는 작가중 하나이지요. 저에겐 말이에요.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라는 책을 발견했을 때도 어디 한 번 읽어 볼까하는 기분이었는데, 이 책 안에는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뿐만 아니라, 비슷한 전개의 <펜넨넨넨 네네무의 전기>가 함께 들어있었습니다.
<펜넨넨넨 네네무의 전기>는 1920년 작이지만 원고가 부분 소실되었습니다.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는 1933년 작인데 아마도 <펜넨넨넨 네네무의 전기>의 다른 버전이라고 생각됩니다. 두 동화는 닮아있긴 하지만 다릅니다.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에서는 기근으로 부모님이 아이들을 두고 떠나고 부도리의 여동생마저 집을 방문한 낯선이에게 유괴당합니다. 부도리는 천잠사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농사꾼의 집에서 농사를 짓습니다. 다시 닥쳐온 가뭄에 공부를 해보려 도시에 가서 구보 대박사를 만나고 단번에 시험에 합격해 이하토부 화산국에서 일합니다. 그곳에서 화산의 분화도 막고, 과학의 힘으로 비도 내리고, 비료도 내릴수 있게 됩니다. 그 지역은 십년만에 풍년을 맞고, 오해로 빵집에서 농부에게 얻어맞고 입원한 부도리에게 어릴때 잃어버린 동생이 찾아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냉해가 다가옵니다. 이 냉해를 막으려면 화산폭발을 시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부도리는 (이미 이때 온실효과를 알고 있었다니 놀라야할지 어떨지..)자신을 희생하여 화산폭발을 일으키고 자신은 죽고맙니다.
<펜넨넨넨 네네무의 전기>에서는 기근으로 어머니 아버지가 죽고, 여동생 마미미가 유괴되어 네네무는 십년동안 하늘에서 다시마 따는 일을 합니다. 아, 네네무는 요괴입니다. 가까스로 돈을 삼백달러 모은 네네무는 도시로 가서 서기가 되려 부뷔보 박사를 만나는데, 역시 시험에서 단번에 합격. 서기가 되는가 했더니 세계 재판장이 됩니다. 부하도 서른명이나 되지요. 세계장에게 인사하고 충성을 맹세하는데, 길거리에서 위협적인 외모로 일전짜리 성냥을 십 엔에 파는 후쿠지로를 만납니다. 알고보니 이 일에 연류된 사람은 서른 두명. 이 말도 안되는 일의 연결고리를 끊은 명판결로 명판사로 유명해지고, 훈장도 많이 받습니다. 게다가 요괴 기예단의 탑스타가 된 여동생도 만나지요. 그러나, 연회날, 너무나 흥에 겨웠던 네네무는 한 순간의 실수로 인간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데, 그 잠깐의 실수로 그야말로 모든 것을 잃게됩니다.
흐름은 비슷하지만, 어쩐지 다른 결말.
이 두 이야기는 작가의 철학과 사상, 세계관이 집약되어 있는 자전적인 이야기로 겐지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그게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끙끙 앓기에는 제 소양이 부족하므로, 단순한 독자로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듭니다.
그러니까..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펜넨넨넨 네네무의 전기>. 어쩐지 마음이 짠하고 쓸쓸해지는 것은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기근이 들어 부모와 여동생까지 잃은 부도리가 제일 싫어했던 것은 역시 기근이었겠지요. 가까스로 만난 여동생은 농부의 아내가 되어있었고, 그 동생을 지켜주고 싶었기에 기꺼이 화산에 뛰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