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 아멜리 노통브 - 촌철살인이라는건 이런것

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촌철살인 ( 寸鐵殺人 ) : 한 치밖에 안 되는 칼로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①간단( 簡 單 )한 경구( 警 句 )나 단어( 單 語 )로 사람을 감동( 感 動 )시킴  (네이버 한자 사전)

촌철살인의 정의는 위와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 <살인자의 건강법>에서는 정말로 말로 사람 죽이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살인자의 건강법>이라는 미완의 소설을 썼지만, 살인자들이나 걸린다는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 속칭 연골암에 걸려 죽음이 두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프레텍스타 타슈는 심술궂은 노인네입니다.  사람들하고 교류하는게 서투른 정도가 아니라 무지막지 할 정도라 웬만하면 기자따위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지만, 죽음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쏟아지는 인터뷰요청에 비서가 엄선한 사람들과는 인터뷰를 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그는 잔인합니다. 기자들의 사소한 말실수도 놓치지 않고 꼬투리를 잡아 예의가 없다는 둥, 자신의 책을 읽지도 않고 인터뷰하러 왔다는 둥, 아무튼 갖은 핑계를 대며 그들을 말로써 벼랑끝까지 몰아갑니다. 덕분에 불쌍한 기자들은 회생불능. 다른 기자들은 그들의 실패를 타산지석삼아 어떻게든 인터뷰를 해보고자 노력하지만, 결국 대문호에게 참패하고 맙니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지만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는 그에게 어떻게 이기겠습니까만은, 승승장구하며 기자들을 괴롭히던 타슈에게 한 여기자가 도전합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타슈의 소설 22권을 모두 읽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소설을 낱낱이 분석까지 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초면에 무시당한 여기자는 이야기를 시작한지 몇 분 되지 않아 그에게서 사과를 받아냅니다. (만세.) 뿐만 아니라 그의 숨겨진 과거를 추리해 나가지요. 타슈가 살인자만 걸리는 병에 걸린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는, 10대 때 이종사촌동생과 사랑을 하고, 둘은 사춘기를 맞지 않기로 맹세를 했습니다. 만일 맹세를 어길시에는 죽기로 했던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한다해도 2차 성징이 오지 않을수는 없지요. 결국 그는 사촌여동생을 죽이고 맙니다. 그녀의 목부분의 부드러운 연골을 눌러서요. 하지만 역시 그런 그의 행위도 나름대로의 미학이 뒷받침되고 있었으며, 비논리의 논리를 끌어들여 주장합니다. 그러나 여기자에게 통하지는 않지요. 결국 그는 그녀의 발밑에 엎드려 기어다니게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지요.

책은 다소 어렵습니다. 그냥 쉽게 훅후 읽어버릴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쓴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방대한 의미와 인문학적 요소들이 이 책 안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책은 독특하게도 기자와 대문호간의 인터뷰 형식으로 스토리가 진행되지만, 처음의 네번의 인터뷰는 심술궂은 타슈의 승리입니다. 기자들을 괴롭히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지요. 그의 그 사디스틱한 면을 꿰뚫은 여기자 니나에게 결국 승복 -정말 말 그대로입니다-할때는 통쾌하기도 하면서 묘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표면적으로만 보아도 좋을 소설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쩐지 제가 놓친것 같은 부분들이 많은 것 같기도하고...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설전을 벌이는 - 이 자리에서는 설전이지만, 타국에서는 걸프전 중입니다 - 과정도 흥미진진하고, 타슈가 결국 여기자 니나에게 졌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타슈가 이긴게 아닌가하는 의문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