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1 - 관상의 神 역학 시리즈
백금남 지음 / 도서출판 책방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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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이 계유정난을 중심으로 펼쳐졌다면, 소설 <관상>은 인간의 삶과 우주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소설 <관상>은 이야기의 주인공인 김내경의 아버지 김지겸과 김종서의 악연부터 시작합니다. 아니, 한명회와, 김내경의 아기 시절부터 시작이라고 해야 맞겠습니다만, 진행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김지겸이 김종서에 의해 역적으로 몰려 참수되는 데에서 부터 시작이라고 해야 좋을 듯 합니다.

원래 총명했던 아이 김내경은 친구 명회와 함께 아버지의 시신을 수습하고, 아버지께서 미리 말해 두었던 관상의 신 이천수의 수제자인 상학에게 의탁하게 되고 그에게서 관상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상을 살핀다는 것은 얼굴을 살피는 것 뿐만아니라 그의 현재 심성이라거나, 그로 인한 미래를 볼 수 있는 것 까지 아울러, 인간의 모든 모습을 보는 것으로 도를 닦는 마음이 되지 않고서야 그냥 저자거리에서 점을 치는 점장이에 이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김종서를 잊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세월의 흐름에서 김내경은 김종서를 만나게 되지만, 자신이 김지겸의 아들임을 밝히고 그의 곁에서 일하게 됩니다. 김종서는 밉지만, 역모는 더 안될일이라 그로서는 수양대군도 막아내야만 할 인물이었습니다.

20대 초반에 운전중 사고를 내어 경찰서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 좀 크게 사고를 낸 듯한 점술가가 형사와 실랑이를 하는 것을 보았지요.

' 저 사람은 자신이 사고 낼 것이라는 것도 예견 못했나보네, 차를 몰고 나온 걸 보면. '하고 코웃음을 친 적이 있었습니다.

 

관상쟁이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세상은 그대로다. 세상은 변하는 게 아니다. 상을 깨달았다 하여 세계가 변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도 찬 서리는 내리고 봄이 되면 꽃은 핀다.

-관상 2권 p.318

 

이런 문구를 이 책에서 발견하고서 그 때 일이 떠올랐습니다. 물론 그 점술가는 관상가였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들도 사람인지라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문에 나오는 오늘의 운세 같은 것도 믿지 않고, 관상이라거나, 운명이라거나 타롯이라거나.. 하는 것들에 관심이 없는지라 이 책도 시큰둥하게 읽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자신의 과거를 사주나 관상의 탓으로 돌린다면 무책임한 것이요, 미래를 안다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기에 무관심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것이 들어있었습니다.

다소 이야기가 늘어지는 건 아닌가.. 영화만을 생각했던 저로서는 수양대군은 언제나오는 건지... 본격적인 이야기는 언제 펼쳐지는 건지... 하며 그 이야기가 나오기만을 기다렸기 때문에 지루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의 깊이는 그런 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해진 운명이라는 것이 있다하더라도 심성을 바꾸면 관상도 바뀌게 되고, 또한 자신의 운명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예측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역사의 흔들림에는 이겨 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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