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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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1992년 작품이니 초기작에 속하겠네요. 우리나라에서도 작년에 영화로 만들어 진 모양입니다.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줄거리를 훑어보니 인물 설정은 조금 다릅니다. 소설 화차에서는 여자의 약혼자 '가즈야'의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거든요.

자신의 약혼자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러니 찾아주십사...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된 것인고 하니.. 은행원인 가즈야가 결혼까지 약속한 세키네 쇼코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결혼 준비를 하다가 그녀가 신용카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요모조모로 편리하다며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려다보니 그녀가 예전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냐며 묻는 그를 두고 다음날 그녀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습니다. 이상한 사실은 그녀 역시 자신의 파산을 처음 아는 것 같았다는 것이지요. 단순한 실종사건이라고 생각한 휴직중인 형사 혼마 슌스케는 그녀의 행적을 쫓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지요. 가즈야가 알고 있던 세키네 쇼코는 진짜 세키네 쇼코가 아니었다는 사실요. 과연 세키네 쇼코라고 알고 있던 그녀는 누구일까요? 게다가 진짜 세키네 쇼코는 어떻게 된 것일까요?

 

세키네 쇼코라고 알려진 여자는 신조 교코입니다. 혼조가 그녀의 흔적을 짚어나가며 과거를 살피기에 우리도 역시 그를 따라서 교코의 흔적을 살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어쩐지 그녀의 행동이 말도 안된다고 여겨지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해가 됩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많은 문제에 부딛히게 됩니다. 자본주의 사회이니만큼 돈으로 인한 문제가 많겠지요. 그래서 어렵습니다. 남들은 이만큼 하는데..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고, 남들에게 뒤쳐지는것은 어쩐지 손가락질 받는 것만 같아서 무리를 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선까지 오르고 싶습니다. 그것이 빚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90년대 무분별한 카드 발급때문에 문제가 심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화차>에서도 미조구치 변호사가 말했듯이, 방탕하고 문란한 사람이 일을 크게 만들지 않습니다. 마음이 약하고, 책임감이 강한사람이 일을 크게 만들었지요. 그러니까.. 카드를 사용하다가, 어쩌다보니 조금 무리하게 되었고, 그걸 갚지 못하게되니 현금서비스를 사용하고, 돌려막기를 하고, 카드깡을 하고.. 그러다가 사금융에 손을 대고..... 무책임한 사람이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 정말 옳은 말이구나..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교코는 이런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의 힘으로는 정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본인의 빚도 아니어서 파산할수도 없습니다. 도망치는 길밖에 없었지만, 그들은 끝까지 따라왔습니다. 그러니 다른사람이 되어야만했습니다. 신분세탁이 필요했습니다. 그리하여 손에 넣은 신분이 알고보니 개인파산자. 게다가 약혼자에게 본인이 세키네 쇼코가 아니라는 것을 들킬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러니 도망칠 수 밖에요. 그런데, 그렇다면. 세키네 쇼코는 어디로 간 걸까요?

 

마지막에 나는, 그러니까 혼마는 교코를 만났습니다. 남의 이야기속에 등장하던, 혹은 자신의 머리속에서만 등장했던 교코를 처음 만나는 셈이었지요. 그런데, 어쩐지. 마음이 슬퍼졌습니다. 제 마음이요. 전, 그녀를 동정하고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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