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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괴 1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9월
평점 :
지방의 도시에서 아들, 부인과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는 회사원 사와노 료스케는 엘리트 공무원인 형 다카시를 부러워합니다. 열등감으로 표출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것은 형에 대한 동경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열등감은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형을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제 주변에도 생각이 깊고 지나치게 영리한 사람이 있어 20대때는 그에대한 걱정을 종종하곤 했습니다. 생각이 너무나 깊어서 자신의 생각속에 빠져들어 결국 헤어나오지 못하는 늪에서 허우적댈까봐 걱정이 되었죠. 사와노 다카시 역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이나 사려깊고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때로는 자살충동을 느끼고 마는 외로운 사람이었죠.
한편, 또 다른 곳에서는 반 학생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중학생이 있었습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보이는 아이, 그 아이 엄마의 양육태도도 좋지는 않습니다. 지나친 믿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상대에게 자업자득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아이의 경우에는 그렇게 표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학생이 같은 반 남자아이랑 사귀며 그 남자아이가 찍어둔 여학생의 야한사진을 인터넷에 올렸거든요. 그것을 들키고 말아서 심하게 폭행을 당합니다. 그 이후로 등교거부. 살인을 꿈꿉니다.
그러던 어느 날. 출장지에서 형과 만나 말다툼을 벌인 후 실종 된 료스케가 토막사체로 여기저기서 발견됩니다. 게다가 의문의 범행성명문이 그의 사체의 일부분 마다마다 발견되지요. 일본은 대 혼란에 빠집니다.
작가는 무척 영리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서 느낀 과학도로서의 영리함과는 달리 히라노 게이치로의 영리함은 다분히 인문학적입니다. 아아.. 뭐라는거지.. 몇 번이나 반복해 읽었습니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말이지요. 그렇지만, 그것이 소설의 흐름에 방해되지는 않았습니다. 다카시라는 사람이 얼마나 고민이 많은지,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그의 내면은 얼마나 시끄러운지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치, 조용해 보이는 마을, 나라일지라도 속사정은 아무도 모르는 것 처럼 말이지요.
평화로웠던 - 적어도 겉으로는 - 가정이 범죄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러다가 마치 수압에 둑이 터져버리듯 한번에 팡~!! 하고 터지더니, 결국은 우르르 무너지는 것이었습니다.범죄자의 가족이 어떻게 되는지, 피해자의 가족이 어떻게 되는지.. 그들은 어째서 그렇게 되어야만했는지, 그냥 스치며 읽기에는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었나합니다. 이 책은 마지막까지 우울합니다.
악의 반대는 선이 아니라 행복인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