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 금지구역 - 2012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해바라기상 수상
프란시스코 산체스 지음, 나타차 부스토스 그림, 김희진 옮김 / 현암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 제 4호기가 폭발했습니다.

사고 당시 31명이 죽고 피폭(被曝) 등의 원인으로 1991년 4월까지 5년 동안에 7,000여명이 사망했고 70여 만 명이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체르노빌은 죽음의 땅이 되었지요.

 

사고당시 처음으로 달려간 사람들은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달려간 소방관들이었습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방사능을 별다른 장비 없이 고스란히 얼굴에 맞았지요. 그들과, 원자력 발전소 직원들은 현장에서 죽거나, 아니면 몸 안쪽에서부터 바깥으로 뚫고나오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죽어갔습니다. 피폭된 환자를 받아줄 병원은 그리 많지 않았거든요.

 

발전소에서 3km떨어진 곳에 프리피야트 시가 있었습니다. 그 인근지역에서 가장 출생율이 높고 행복한 마을이었지요. 그러나 사건 이후 갑자기 소개령이 내려졌습니다. 주민들에게는 이삼일이면 돌아올수 있다며 애완동물은 집에 두고 잠시 모두 떠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곳으로 돌아 올 수 없었습니다.

 

방사능의 영향으로 마을의 식물들은 오렌지 색으로 변해버렸고, 물도 오염되었습니다. 집들도 다 부숴버리고, 묻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노인들은 자신이 살던 땅을 떠나길 거부했습니다. 몰래 돌아와서 자신이 살던 집이 그대로 있으면 안도하며 척박한 땅을 다시 일구어 살려보려고 하지요. 하지만, 불가능합니다.

 

정부에 의해 아무런 대책없이 그냥 다른 마을에 버려진 프리피야트 시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며 고향을 그리워해야했습니다. 자신들이 돌아 갈 수 없는 고향을요.

 

 

이런 사건을 배경으로 그려진 만화 <체르노빌 :금지구역>을 읽었습니다. 만일 체르노빌 사건이 뭔지 모르는 - 그런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 사람이라면, 이게 도대체 무슨 만화냐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몽환적이며 정적인 만화입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상큼발랄, 혹은 역동적인 만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한장 한장, 한 컷 한 컷 음미하면서 보아야하는 그런 만화인거죠.

 

그런 만화로 혹시 아트 슈피겔만의 <쥐>를 떠올릴수도 있겠습니다만, <체르노빌 :금지구역>은 쥐와는 좀 다릅니다. 물론 역사를 소재로하였고, 아픔을 떠올리게 하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이 책은 더 정적입니다. 한 편의 예술영화를 보는 듯 합니다.

 

작가는 원전 사고당시 살았음직한 가상의 3대 가족을 설정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젊은 부부, 그리고 그의 아들과 이주 후에 태어난 딸.

할아버지 할머니는 사고 후 몰래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 가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절망... 절망... 아픈몸을 이끌고 노력해보지만, 땅을 살릴 수는 없었습니다.

 

젊은 부부중 남편은 체르노빌 원전에 근무했습니다. 그리고, 사고가 나던날. 피폭을 당하고, 다시는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결국 병원에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가 죽고맙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아들 유리와 딸 티티아나는 어른이 된 후 자신들의 고향을 찾아가봅니다. 희미한 기억속의 고향과 직접 보게 된 고향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답답했습니다. 네이버 지식인에는 체르노빌이 아직도 죽음의 땅이냐고 묻는 질문이 있더군요. 체르노빌 원전 사고 발생 30년이 지났지만, 그 지역은 여전히 죽음의 땅입니다. 유리는 마지막 자신의 편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방사능으로 인한 사망자와 환자 수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체르노빌의 마지막 원자로는 2000년까지 계속해서 가동되었다. 현재는 감독반이 현장 관리를 맡고 있다. 원자로 제 4호기를 덮은 석관은 비와 풍화작용에 의해 침식되고 있다. 그 안에 봉인된 핵연료의 방사능은 10만년 동안 남아있을 것이다. 체르노빌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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