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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와 로테
테사 데 루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이 로테와 루이제의 또 다른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어린시절 충격적으로 읽었었던 로테와 루이제. 그 책을 떠 올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쌍동이, 이별, 재회, 로테, 라는 몇 개의 단어 때문이었죠. 로테와 루이제가 부모님의 이혼으로 서로의 존재를 잊어버린 채 서로 떨어져 살아야만 했던 쌍동이 자매라면, 안나와 로테는 부모님의 죽음으로 서로 다른 나라에서 떨어져 살면서 서로 각기 다른 삶을 살아야 했던 쌍동이 재매였습니다.
제가 상상했던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었습니다
한 온천 휴양지에서 노인이 된 로테와 안나는 재회합니다. 반가워하는 안나에 비해, 로테는 그녀를 만난 것이 달갑지 않습니다. 반갑기도 하지만, 어색하기도 합니다. 영혼의 반쪽이라고 여겨지는 쌍동이이건만, 네덜란드에서 살게 되었던 로테와, 독일에서 살았던 안나에게는 혈육이라는 것만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혹은 용서 할 수 없는 그런 깊은 상처와 아픔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지요. 몇 십년이라는 세월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이어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로테는 네덜란드의 친척집으로, 안나는 삼촌댁으로 가게 됩니다. 이야기는 두 노인이 함께 마주하는 장면과, 서로의 추억담을 번갈아 이야기하는 식으로 전개되지요. 어린시절의 형편은 네덜란드의 로테가 나아보입니다. 새로운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살아갔거든요. 반면, 안나는 학대받으며, 노예처럼 살아갑니다. 너무나 힘든 날들을 보냅니다.
그러나, 당시 유럽이 피해갈 수 없었던 운명, 히틀러의 나치당에 의한 제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고 맙니다. 정치와는 무관했던 그녀들이 그 소용돌이속으로 빨려들어가, 각기 다른 고난을 겪게 됩니다. 로테는 유태인이었던 남자친구를 잃었고, 부모님을 도와 집안에 유태인들을 숨겨주었으며, 기아에 허덕였습니다. 안나는 약혼자가 군에 들어가게 되며, 결혼을 했으나, 결국 SS인채, 사망합니다.
그리고 갖은 고생을 합니다.
안나도 고통받았고, 로테도 고통받았지만, 로테는 안나가 독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워합니다. 아무것도 몰랐다고, 정치에 무관했다고, 독일인들이 그런게 아니라 나치가 그런것이었다고 말해보지만, 언제나 그런 변명을 한다며 로테는 안나에게 화를 냅니다. 하지만, 제 3자인 제가 보는 로테와 안나 모두 전쟁의 희생자였고, 그 전쟁을 이겨낸 승리자였습니다.
결국 헤어지는 순간까지 로테는 안나를 - 독일인이므로 -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안나의 고통은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둘이 이별하던 순간, 로테는 안나를 용서합니다.
이 작품은 지루하지 않습니다.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지나치게 세부적인 묘사도 없고, 그렇다고 대충 흘려쓰지도 않았습니다. 적당하게 사람을 사로잡으면서 두 사람 모두를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어쩐지 남한과 북한,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알고보면, 몇몇 사람들, 혹은 몇 개의 집단에 의해 아파 했던 사람들이라는 입장에서는 그녀들과 같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