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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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생일날 양로원 2층 자기 방 창문에서 뛰어내려 양로원을 탈출한 할배 알란 칼손. 백세 노인이 창문으로 뛰어내려 달아났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버스터미널에서 충동적으로 트렁크를 훔치고 버스를 타고 다시 달아납니다. 대단한 할배죠.

 

저희 친 할아버지는 올해 백세이십니다. 대단하죠?^^ 저도 가끔 뭔가를 깜빡깜빡하고 사람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는데, 저희 할아버지는 그 많은 손주들과 심지어 증손주의 이름도 잊거나 헷갈리지 않으십니다. 아직도, 자전거를 타고 교회에 다니시죠. 전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희 할아버지보다 놀라운 할배를 만났습니다. 바로 알란 칼손인데요. 이 할배, 훔친 트렁크 안에 5천만 크로나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 있었던 겁니다.

방금 환율계산기를 돌려보니 오늘 기준으로 한화 8,275,241,150 원이더군요~!! 대박.

게다가 그 돈은 조직폭력배- 라고 해도 조직원이 4명인 - 의 자금이었던 것이지요.

알란은 조직에 쫓기고, 경찰에 쫓깁니다. 그러면서 친구들이 늘어나지요. 신기하게도 그가 사귄 친구들 중에 어느누구도 이 노인을 해치우고 돈을 독차지하겠다는 인간들도 없이, 공평하게 나누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하며 함께 다닙니다. 그에 비해 조직원들은 불쌍해요. 하나씩 죽음의 길에 발을 들여 놓거든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모두 그렇지만,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웠던 것들을 그 분들은 모두 겪어가며 살아가셨죠. 알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부족할 듯 하네요. 알란이라는 백세 노인은 그냥 황당 노인이 아니라 역사의 큰 사건들의 중심에 있었던 대단한 인물이니까요. 분명, 아니 이럴수도 있나... 운이 무척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상황때문에 피식피식 웃으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가 워낙에 유쾌 했기 때문에 깜빡하고 넘어가게 되는 사실은 그가 운이 무척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반면, 책을 덮고 나면 정말 힘들게 살아왔구나...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부모가 일찍 죽고, 너무나 가난하여 학교라고는 3년 밖에 못다녔고, 열살에 폭약회사에 취직하고, 집에서 폭약실험을 하다가 사고로 한명을 죽게 만들자 정신병원에 수용되고, 심지어 아버지와 아들이 똑같이 과격하다는 이유로 10대에 불과한 나이에 거세 당합니다. 게다가 그 후의 상황도 좋진 않습니다. 투옥되고, 수용소에 갇히고.. 그의 험난한 모험의 길이 전세계에 펼쳐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 한국전쟁 당시엔 북한에도 들릅니다 - 그는 자신의 밝은, 그리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모두 이겨냅니다. 그렇다고 이 할배의 강한 정신과 위트와 성격을 배우자고 하기에는 좀 문제인것이, 뭔가 폭파시키는 것도 좋아하고, 어떻게 보면 다소 게으르기도 하고, 사람을 죽여놓고도 아무렇지 않고 이건 뭐 대범함을 넘어서 입을 딱 벌리고 봐야 할 황당한 할배입니다.

 

그렇다면 이 할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뭘 어떻게 생각해요. 그가 살아온 인생인데. 난 그냥 이런 할배가 동네에 있다면, 소주나 챙겨들고 가서 내가 왕년에 말이야~어마어마 했었거든? 하는 이야기를 듣다가 지겨우면 집에 돌아오면 좋겠다~!! 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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