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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라이크 미 -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
존 하워드 그리핀 지음, 하윤숙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평점 :
이 책이 처음으로 출판된 것은 1960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푸른눈, 갈색눈>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의 존재를 알지도 못했습니다. 진작에 읽었어야 할 책이었는데 말입니다.
상대방의 모카신을 신고 1마일을 걸어봐야 상대를 이해 할 수 있다는 아메리카 인디언의 기도문처럼, 그리핀은 백인임에도 불구하고 차별받는 흑인의 세계란 어떤 것인가 진짜로 알아보기 위해 흑인이 되기로 합니다. 당시는 1959년. 흑인에게는 투표권조차 없었던 그런 시절입니다. 어쩌면 흑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 였지요.
그리핀은 백반증 치료제를 먹고 자외선을 쬐어 피부색을 검게 만들고, 염색약을 칠하고, 머리를 삭발합니다. 언뜻 보아서는 흑인. 아니 자세히 보아도 흑인입니다. 분장이 어설퍼서 들키면 어쩌지.. 하는 염려도 잠시. 아무도 그를 백인일거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선 미국 남부 이곳 저곳을 다니며 직접 백인들과 접촉해보고, 일자리도 구해보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단지 피부색뿐. 그는 평소 자신의 말투로 말했으며, 자신의 이름도 그대로 사용하였고, 지적 능력이랄까.. 과거 경력까지 모두 그대로였습니다. 누가 물어보아도 모두 사실대로 말했지요. 그냥. 달라진 것은 피부색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피부색으로 판단했습니다. 그가 '검둥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하고 박해했습니다. '검둥이'전용이 아니면 화장실을 사용할 수도 없었고, 물을 마실 수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버스에서 내려주지도 않았습니다.
그의 세상은 암흑속에 갇혀버렸습니다. 좌절감, 상실감, 두려움. 감히 백인 여자를 쳐다보아서도 안되고, 심지어 영화 포스터 속의 여자도 봐서는 안됩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런 취급을 받고, 편견속에 갇히자 자기 자신 스스로가 자신을 열등한 존재라고 여기게 되더라는 것이지요.
그리핀은 용감한 사람입니다. 홀로코스트에 끌려갈 유태인을 구하는 일도 했었고, 2차대전에 참전도 했었습니다. 그때의 부상으로 시력을 잃었지만, 기적적으로 10년만에 시력을 되찾은 사람입니다. 게다가 자신이 몇주간의 흑인체험 기간이 끝나 잡지며, 책에 체험담을 쓰게 되면 백인들에게서 어떤 일을 당할지도 잘 알면서 이런 일을 시작했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그도 두려웠습니다. 세상이 자신을 잡아 먹을 것 같았습니다.
흑인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두려움 속에 갇혀있어야만 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더러운 흑인이라는 이유뿐이었습니다. .
내용은 무겁습니다. 흑인의 인권이라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으니까요. 하지만 책은 어렵지 않습니다. 누구라도 읽기 쉽게- 일부러 그런 것 처럼 - 씌여있었습니다. 마치 그리핀의 일기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와 함께 웃고 울고 했나봅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나아져있지요. 투표권도 보장받지 못하던 흑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어있는 그런 시대니까요. 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겐 편견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저에게도요. 어쩐지 흑인은 모두 농구를 잘하고, 노래를 잘하고, 춤을 잘추고, 랩을 잘 할 것 같은 기분. 이것도 편견일진데.. 머리속에서 잘 안떠나주네요.
편견이 싫다. 선입견이 싫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봐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저에게도 이런 편견이 존재하니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특히 미국 백인들요. 아.. 그러고보면 미국의 백인들이 인종차별을 할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도 백인에 대한 차별이겠군요.
역시 편견을 없애는 건 힘드네요. 하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서, 다큐나 영화를 보면서 잠시 생각 할 기회를 갖는 것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제 머리속에서 편견이나 오해가 조금씩 옅어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