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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 ㅣ 세계문학의 숲 7
마크 트웨인 지음, 김영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12월
평점 :
일시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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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타임슬립을 좋아합니다. 미래로 가는 것 보다 과거로의 여행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저 뿐만 아니라 타임슬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가봅니다. 문학, 영화, 애니, 코믹스 할것 없이 이런 매력적인 이야기가 없는 곳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과연 정말로 제가 과거로 날아간다면, 전 잘 적응 할 수 있을까요? 일단은 힘들겠지요...가능하다면 모계 사회로 날아가길 바랄 수 밖에요.
<아서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 역시 타임슬립을 한 주인공의 이야기인데요. 처음엔 단순히 타임슬립이라는 코드만으로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하고 읽게 되었던 소설입니다. 그러나 읽다보니, 작가의 사상이 녹아있는 책이로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19세기 최첨단 과학 지식을 알고 있는 행크 모건은 공장에서 한 노동자와 싸우다가 정신을 잃습니다. 눈을 떠보니 낯선 곳. 그 곳은 중세 영국이었습니다. 게다가 아서왕이 다스리는 카멜롯 근처였지요. 그곳에서 처형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6세기에 단 한번 나타나는 일식일이 그를 살렸습니다. 그 날 이후로 그는 멀린을 능가하는 마법사로서 카멜롯에서 살게 되지요. 그는 중세 영국 사회에서 기술 발전과 사회개혁을 하려고 합니다. 먼제 19세기의 눈부신 과학을, 그리고 학문을 6세기에 퍼트립니다. 그리고 기사제도와 신분제도, 나아가서는 왕정도 폐지하리라는 야망도 있지요. 그의 놀라운 과학기술.. 그러니까 다이너마이트로 무언가를 폭파시키는 것 같은 것은 아주 신비한 마법으로 보였으니 모두들 그를 잘 따랐습니다. 위대한 마법사! 위대한 수상! 그의 앞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책 말미에 19세기에 돌아옵니다. 그러니까, M.T(아마도 마크 트웨인)가 그의 소설형식의 일기를 읽었겠지요. 그는 어떻게 돌아오게 되는걸까요? 게다가 그 6세기에 남기고 온 19세기의 과학들 - 전기, 전화, 다이너마이트, 학교, 인쇄술을 비롯한 신문, 총, 달러와 센트... 이런것들은 다 괜찮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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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무척 유쾌합니다. 마크 트웨인 특유의 유머와 해학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단순히 깔깔거리면서 볼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그는 이 책에서 6세기 영국의 부조리함을 19세기와 비교하며 비웃는 듯 하지만 알고 보면 19세기에도 자행되는 권력층의 자만, 부조리함을 비웃고 노예제를 비웃습니다.
사실 이 작품의 가장 뚜렷한 테마라고 한다면 6세기 문화와 19세기 문화일 것입니다. 주인공인 행크 모건은 봉건제를 부수고 자본주의를 도입하려하고 노력하고 위대한 마법사 멀린을 사기꾼 노인네로 취급하며 과학으로 그를 이기죠. 교회가 지배하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신교를 들여와 수도사와 교회의 억압에서 서민을 구하려고 합니다. 뭐.. 이렇게 말하면 주인공이 무척이나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모건 르 페이의 성에서 연주가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로 악단 전체를 처형시키고, 자신이 끔찍히 싫어하는 농담을 책에 실었다는 이유로 그 책의 저자를 교수형시켜버립니다. 어쩌면 행크 모건 자신도 독재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자신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이 책은 장면 장면이 생생합니다.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지요. 무척 웃깁니다. 행크 모건이 수도원의 우물을 고친 후 마법으로 고치는 것처럼 색색의 폭약장치를 해두고 독일어로 주문을 외우는 척 했을땐 정말 나도 모르게 대사를 따라 읽다가 뿜었을 정도니까요.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기도 하지만, 재미까지 놓치지 않아서 사람을 빨아들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마크 트웨인 덕분에 저는 6세기에서 19세기를 느끼는 타임슬립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