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추리소설

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ㅣ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K.N의 비극>의 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추리소설 <13계단>을 드디어 읽었습니다. 아니 제가 왜 이런 소설을 이제야 읽은 걸까요?

구성이나 진행방식, 그리고 허를 찌르는 내용. 생각을 멈출 수 없게하는 중간중간 놓여있는 복선과 함정.

너무너무 피곤해서 도무지 책을 읽을 수 없는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졸다깨다하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습니다.

가석방 상태에서 보호사인 우츠기와 그 부인을 잔인하게 손도끼로 우츠기의 자택에서 살해, 오토바이로 도주하다가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는 사연으로 사형수가 된 사사키바라는 사고로 인한 역행성 건망증으로 자신이 살해를 했다는 기억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하루 하루 사형을 기다리며 재심을 청구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이 죽음의 순간이고, 교도관의 발자국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공포를 느끼며 7년의 세월을 보내왔는데, 문득 떠오른 것은 계단. 사건 당시에 계단을 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자신이 알 수 있는 것은 스스로가 무죄라는 것 뿐.

이 사사키바라를 구원하기 위해, 원죄임을 증명하기 위해 누군가가 변호사 사무실에 의뢰를 하고,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조사원을 구합니다. 이때, 교도관인 난고가 이 일에 지원합니다. 부인과 별거중이고, 교도관 퇴직을 희망하기 때문에 이 일에 뛰어들수 있었지요. 난고는 자신을 도와줄 조수로 2년전 실수로 상해치사를 일으키고 가석방 된 준이치를 지목합니다. 준이치와 그의 부모로서는 감사할 따름이지요. 가석방의 규칙중 하나가 정규직에 종사 할 것인데,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었으니 정규직이요.. 같은 교도소에 있던 교도관 난고가 그의 상사가 되어 그의 갱생을 돕는다고 하니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준이치도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자신때문에 피해자 아버지에게 배상금을 주느라 집안 꼴이 말이 아니거든요. 성과급을 받아서 집에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난고와 준이치는 사사키바라의 원죄가능성을 믿고 진범과 감추어진 증거물을 찾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사사키바라는 언제 사형될지 모르는 사형수. 사형대까지 가는 절차는 13개의 결재란이면 족합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형대의 13계단은 사실은 13번의 결재를 거치는 것으로 바뀌어있으니까요.

사사키바라가 기억하고 있는 13계단은 무엇일까요. 사사키바라 사건의 진상은. 그리고, 또 여기 저기에 흩어져있는 살의와 숨겨진 진실들은 무엇일까요

그것들을 찾아내기 위해, 난고도, 준이치도, 그리고 저도 잠들지 못하고 사건을 파헤쳤습니다. 그래서 결국 알게 된 복잡한 사건이 매듭이 풀리는 순간. 놀라웠습니다. 이런식으로 얽혀있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스럽지 않고 그래서 그랬구나하며 이해하게 만드는 힘이라니.

이 소설을 쓸때 다카노 가즈아키는 신인이었습니다. 대단합니다.

어쩌면 <K.N 의 비극>보다 <13계단>이 더 매력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