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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여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오후세시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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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엄마께서 일본에서 사다주셨던, 색종이의 핑크색과 같은 그런, 약간의 블루가 가미된 연한 단색 핑크를 배경으로 목에는 실뱀을 감고 있는 섹시한 뒷태의 여자가 서있습니다. 네, 이 여자가 바로 소문의 여자 (噂の女) 이토이 미유키입니다. 뛰어난 미모는 아닌데, 그냥 서있기만 해도 색기가 줄줄 흐르는 여자. 눈에 띄는 외모라 그럴까요? 그녀에 대한 소문은 무성합니다.
저는 오쿠다 히데오의 책 속 등장인물들 중 정신사나운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무척 좋아하지요. 물론 F컵의육감적인 간호사 마유미도 좋아하지만요.^^ 그의 책은 몇 권 읽어보았습니다만, 이 책 <소문의 여자>는 그 책들과 같다고 해야하나요.. 다르다고 해야하나요..
사회상을 꼬집어내고 풍자하는 그의 스타일은 그대로, 하지만, 이 책의 진행방식은 스릴러이기 때문에 다르게 느껴지는 듯 합니다. 네. <소문의 여자는 >오쿠다 히데오 최초의 범죄 스릴러입니다.
<소문의 여자>는 10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하나하나가 단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인데요. 주인공이 각 이야기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번번히 이야기 속에는 소문의 여자가 등장하지요.
소문의 여자 이토이 미유키는 그녀의 매력을 발산하고, 그녀에 대해 궁금해진 주인공이 그녀를 뒷조사하고, 그러다가 그녀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됩니다. 사실일까? 사실이야?... 원래 소문이란 그런거 아니겠어요?
각 장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주변인물들.. 찌질하기 이루말할데가 없습니다. 시궁창에 버글버글 모여있는 생쥐들이 생각나더라니까요. 각 장에 나오는 인물들은 무언가에 다 불만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중고차 판매점에서 구입한 차의 이상때문에 소비자의 (지나친) 권리를 주장하며 매장에 떼로 몰려가 떼를 쓰는 직장 선후배, 여자를 보면 성적인 상상만 하는 젊은 남자, 이건 뭐.. 중소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간부가 죄다 친인척(사돈의 팔촌까지)라 말단 사원의 고충따위 안중에 없는 그런 회사, 노조를 만들자고 하지만 막상 간부앞에서는 쪼그라드는 사원, 유산상속때문에 찡얼거리는 배다른 남매들, 실업수당을 타내기 위해 일부러 면접조차 보지 않으며 매일 파칭코장에서 소일하는 젊은 여자들... 한심한 걸 늘어놓자면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소문의 여자는 오히려 빛이 납니다. 그녀를 둘러싼 갖가지 소문 (심지어는 무서운 소문)마저 그녀를 매력적으로 보이게합니다. 고양의 목에 방울을 달긴해야겠고.. 자기는 그걸 하기 싫은 그들 앞에서 소문의 여자 이토이 미유키는 빛이납니다.
과연, 그녀의 소문은.. 사실일까요?
그리고, 작품 종반에서는 그녀, 어떻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