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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2년 10월
평점 :

오랜만에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었습니다.
책이 얇은데다가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집어들었지요. - 마치 어린아이의 책을 골라줄 때 처럼 저 자신을 위한 책을 고른셈입니다.
독특한 그림이 처음부터 끝까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양의 일러스트가 들어있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독일 출판사였던 듀몬트 사는 원래 미술서적을 출간 하던 곳이어서 이런식의 출판을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합니다.
책이 얇다고 제가 말했었지요.
그러나 종이의 두께는 두껍습니다. 그렇다고 유아동용 도서처럼 무지막지하게 두꺼운 것이 아니라..
전문가였다면 이 종이는 무슨 종이이며 몇g짜리 입니다.라고 말했을 텐데..저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그냥. 리플렛을 만드는 종이보다 두꺼웠어요.' 라고 말 할수 밖에 없겠네요.
광택있는 종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녀가 겪고 있는) 불면의 밤에 광택있고, 두께가 있는 종이는 어떠랴.. 싶어 형광등 빛을 반사시키며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 잠 >이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남편과 아이와 함께 살고 있는 아주, 아주 평범한 주부입니다.
그러던 어느날, 소위말하는 가위에 눌리게 되지요. 그 이후 잠 못드는 불면의 밤을 보내게 됩니다.
불면증이라고 해서 - 겪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 말그대로 비몽사몽하며, 막상 자려고 하면 잘 수 없는 그런 수면장애 상태를 겪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은 그냥 멀쩡하게 ..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결혼 이후 알 수 없는 무언가에 갖혀있는 듯. 자신이 좋아하던 술, 그리고 초컬릿을 포기하며 살았었고, 어릴때부터 독서광이었던 그녀가 결혼후 읽지 않게된 책 - 그 중에서도 안나 카레리나를 읽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남편도, 아들도, 시어머니도...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지요.
잠을 자고 있지 않다.... 는 것 뿐만 아니라, 그녀의 조그마한 일탈역시 눈치 채지 못합니다.
그녀는 이 불면으로 얻어진 자유를 만끽하게 됩니다.
자유롭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깨닫게 된것은. 아직도 자신은 상자안에 갖혀 있다는 것.
두남자가 (남편과 아들일까요) 자신을 그 상자안에 가두고 흔들어 댄다는 것입니다.
.... 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뭐지.. 이 마무리가 안된 것 같은 이 느낌은..
하고 생각했었는데요
이상하게 포스팅을 하면서 무언가를 느끼게 되네요.
그런 묘한 느낌이 있는 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