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먹다 - 음식으로 풀어낸 서울의 삶과 기억 서울을 먹다
황교익.정은숙 지음 / 따비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서울 음식이란 무엇일까요..?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양반의 음식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서민의 음식일까요..

또 그것이 아니라면,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의 지역색이 어우러진 음식일까요.

 

이 책은 서울음식이란 '서울 사람들이 두루 먹으며, 또 그 음식을 먹으면서 자신이 서울이라는 문화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기획되었고, 그 생각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서울 토박이 외에도 지방에서 올라와 타향살이를 하며, 사람에 치이고, 세상에 치이는..

그러나 힘을 내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아주 오랜 옛날부터 따뜻하게 보듬어 주었던 음식들.

그런 음식들이 이 책에서 이야기 됩니다.

 

이 책은 저자 황교익과 정은숙이 같은 음식을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며 풀어나갑니다.

읽다보니 과거 서울에서의 힘겨운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던 음식 이야기와 함께 제가 살아갔던 서울이 떠올랐습니다.

 

저에게도 서울 설렁탕, 신림동 순대, 마포 돼지갈비, 용산 부대찌개, 장충동 족발, 청진동 해장국, 영등포 감자탕이 힘이 되었거든요.

 

조금 우스운 것은 음식과 함께 떠오르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이죠. 

지금은 연락도 하지 않고, 안부가 궁금하지 않은 그런 사람과 따끈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곤 했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가벼운 사이는 아니었는데도, 시간이 지나니 잊혀졌다는 것은..

동경했던 서울 생활이긴 했지만, 마음은 공허하고 외로웠기 때문에 곁에 있던 그 사람과 함께 있길 바라며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몸부림이었던 것 같네요.

마포 돼지 갈비에 소주를 마시고, 해장국으로 감자탕을 먹으며 또 한잔하고..

주당의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술 한잔 안하는 - 그리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니 세월의 힘은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없는 용돈 털어서 닭한마리 칼국수를 사주었던 학교 선배의 생각도 나고....

"삼촌~ 돼지껍데기 추가요~"라고 외치면, 자칭 정보부에서 근무했었다고 뻥치던 삼촌이 맛있게 양념된 껍데기를 가져다 주셨던 기억도 나고..

곱창 볶음을 먹다가 옆자리 아저씨가 나누어 주신 막걸리도 맛나게 얻어먹었었는데...

 

 

이 책은 맛집 소개 책이 아닙니다.

아... 물론 맛도 있으니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맛을 전해고 있는 오래된 식당들 이야기도 있지만요.

이 책은 과거로의 추억 여행. 과거와 현재를 음식으로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피맛골에서  비오는 날 파전에 막걸리를 먹고서 비 맞으니 신난다며 미친듯이 뛰어다녔던 추억을 되새기고 싶어도 이젠 그 골목이 없다고 하네요. 재개발로 많은 추억의 장소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개발은 어려운 걸까요...? 추억의 장소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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