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 전집 1 다시 읽는 우리 문학 2
이효석 지음 / 가람기획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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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한국 고전 문학은 고등학생 때 많이 접하는 것 같은데요, 저는 그 당시 추리 소설, 무협지 등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부끄럽게도 교과서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이 먹고서 가끔 한 두 편 찾아보는 편이죠. 북태기가 왔던 올해는 그냥 지나가나 했는데, 출판사에서 <이효석 전집 1 단편소설>을 보내주신 덕에 이렇게 만나게 되었네요.


​책 서두에는 이효석의 일생과 문학 특징에 대해 설명이 잘 나와있어요. 그래서 저처럼 고전 명작에 약한 사람들도 시대 배경, 작가의 환경과 작풍에 대한 기본 지식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들어갈 수 있죠. 작품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인 만큼 천천히 공들여 읽어보았어요.



이효석은 처음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영향으로 사회 비판적인 작품을 썼지만, 이후에 순수 문학으로 전환했다고 해요. 글로서 서정적인 장면을 마치 수놓듯 묘사하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후반 작품을 읽어보면 좋을 거 같아요. 이를테면 <메밀꽃 필 무렵>같은 소설 말이죠.


그런데 저는 오히려 초기 작품들이 더 마음에 들었던 거 같아요. 이를테면, <도시와 유령>, <행진곡>, <기우> 같은 소설 말이죠.  <이효석 전집 1 : 단편소설>은 초, 중기 단편들을 수록한 도서인데요, 다양한 느낌의 소설이 소개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한 작가의 소설인데도 이렇게 분위기가 다를 수 있구나 하는 걸 느끼기도 했답니다.


도시와 유령


당시의 사회였던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서민, 아니 빈민의 삶을 비극적으로 그려낸 소설이었어요. 처음에는 청년이 괴이한 것, 유령 같은 걸 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알고 보니 숨겨진 빈곤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이들의 비극적인 스토리였죠.



행진곡


밤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이들의 이야기예요. 어떤 청년이 자신을 쫓는 이들을 피해서 열차에 뛰어오르면서 스토리가 시작되죠.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답답하고 힘든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에 잔잔한 감동을 느꼈어요.


기우


한 남자가 예전에 알고 지냈던 한 여자 계순을 이후 세 번, 우연히 만나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점점 달라지는 계순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죠. 만일 첫 번 아니 두 번째에 남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저도 괜히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깨뜨려진 홍등


<이효석 전집 1 : 단편소설>에 수록된 여러 작품 중에서 <깨뜨려진 홍등>은 이상하리만큼 제 감정에 와서 콕 하고 박혔어요. 이 단편은 1930년대 홍등가에 팔려와 매일 손님을 받던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하는데요, 부당한 착취와 대우, 폭력에 맞서서 투쟁하는 내용이에요. 단식 투쟁을 하며 자신들을 인간으로서 대접해달라며 포주에게 항변하는 모습이 마치 무언가를 의미하는 듯했어요.



비단 홍등가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일까, 개인에게 국한된 비극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씩 마음이 아려왔죠. 사회의 약자들이 겪는 고통과 벗어나기 위한 싸움을 묘사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이효석 전집 1 : 단편소설>을 읽으며, 혼돈과 고통의 시대에서 순수함과 서정성을 그려내었던 작가를 만날 수 있었어요. 솔직히 말해서 너무나 예술적인 단편들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몇 편을 제외하고는 재미있게, 고민하며 읽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연말연시에 한 번 만나보면 좋을 책으로 <이효석 전집 1 : 단편소설>을 살며시 권하고 싶어요. '문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어쩐지 어려울 것만 같아 망설여지지만, 이 도서는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편하거든요. 가끔 등장하는 일본어의 의미를 몰라서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만, 어렵지는 않으니 꼭 한 번 만나보셔요. 저마다의 감동과 사색을 안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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