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개를 키우려는 당신에게 - 개를 키울 자격에 대하여
강형욱 지음 / 혜다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의 반려인구가 급증하고 있어요. 2022년 기준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가구는 약 30%에 달하는데요, 그 중에서도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을 택한 분들이 많아졌다고 해요. 이런 변화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이지만,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에요.

 

저는 어릴때부터 동물을 많이 좋아해왔기에 솔직히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하지만 늘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의 생명을 온전히 책임지고 돌볼 수 있을까하는 거였죠. 일단 시작하면 다 되게 되어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저는 일생을 감당할 준비가 아직도 안되었기에 선뜻 만나지 못하는 거 같아요.

 

20여년 전에 강아지를 키운 적도 있었는데요,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나갔다가 그만 줄을 놓쳐버렸어요. 짱구는 뒤도 안돌아보고 논두렁 밭두렁을 뛰어가버렸는데요, 아무리 헤매고 다녀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20년이 지난 지금도 뛰어가는 하얀 강아지의 뒷모습이 너무 선해요. 제가 좋은 견주가 아니었기에 그대로 달아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시지 않아요. 이 가슴에서 죄책감이 사라지기 전에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못할 거 같아요.

 

그런데 사람들의 마음이 다 같지는 않은가봐요. 최근 반려인구가 증가하면서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동반하고 있거든요. 저처럼 강아지를 잃어버려서 마음 아파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러 유기하는 경우도 많다고해요. 오로지 자신만을 사랑해온 한 생명을 어떻게 함부로 버리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요즘 산책을 나가보면 왜 조상님들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배설물이 여기 저기 방치되어 있어요. 약에 쓰려면 당장 뛰어 나가서 집어 올 수 있을 정도랄까요? 물론 대부분의 견주님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산책을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몇몇 사람들 때문에 많은 반려인들이 욕을 먹는다는 걸 그들은 알까요?

 

반려견 짖음이나 문제 행동으로 이웃이 불편해해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어요. 저는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려면 그들이 사회의 질서를 지키도록 가르쳐줘야한다고 생각해요. 개는 원래 무리를 지어가며 살아왔고 일정한 규칙을 지켜야 편안해한다고 들었어요. 그러니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올바른 태도가 아닐까 해요.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삶은 정서적인 유대감을 강화하고 사랑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충분히 생각한 후 결정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갈등이나 환경 문제, 의료비 부담 그리고 마지막까지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 보살피는게 옳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개를 키우려는 당신에게

강형욱의 에세이를 권하고 싶어요. 최근 반려인이 늘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해야하는지 중심을 잡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진 거 같아요. 개훌륭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자신에 대한 반성은 없이 이렇게 훌륭한 훈련사님을 만나면 우리 개도 달라질 수 있다고 여기기도 하죠. 하지만 금쪽이나 개훌륭이나 정말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문제는 보호자에게 있어요.

 

자신이 키우는 개가 위험하다는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개는 산책과 운동이 필요한데, 자신은 같이 운동할 힘도 그럴 여유도 없으니 너 혼자 놀다 오라면서 그냥 개를 풀어놓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있습니다. -p.51

 

견종에 따라서 그리고 개별 개체에 따라서 특성이나 성격이라는 게 있는데, 인정하지 않으려 들기도 해요. 하루에 몇 번씩이나 산책을 시켜야하는 종을 입양하고서 작은 아파트에 가둬두고 하루 종일 출근하고, 퇴근 후에 엉망이 된 집을 보며 한숨 쉬고는 정리만 하고 잠들어요. 업무에 시달려서 피곤한 건 알지만, 그럴거면 애초에 입양해서는 안되었어요.

 

반려견은 하루 종일 보호자만 쳐다보고 보호자 생각만 합니다. 반려견은 당신의 발걸음만 따라다니는 게 아닙니다. 당신의 마음 또한 하루 종일 따라다닙니다. -p.231

 

자신의 허전함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개를 입양하는 건 그다지 좋은 결정이 아니에요. 평생을 함께 하며 건강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갈 수 있을 때 비로소 반려인, 반려견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니 신중하게 생각하고 입양하고, 키우면서는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해야해요.

 

현대에 이르러서는 여타의 동물과는 다르게 반려동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반려견들도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을 배우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공원의 벤치에 올라가서 노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면 이 규칙은 반려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겁니다.

 

앞으로 모든 반려견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배워야 합니다. 내가 키우는 동물이 가 될지 반려견이 될지는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p.248

 

강형욱은 <그럼에도 개를 키우려는 당신에게>라는 책을 통해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어쩌면 반려인으로서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용도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에세이에 담긴 많은 스토리를 만나다보면, 혹시 나도 저런 부류에 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될 거예요.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삶을 원하는 분이라면 <그럼에도 개를 키우려는 당신에게>를 꼭 읽어보셔요. 개를 키울 자격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고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테니까요.

 

반려견을 키우려는 사람들은 좋은 상상만 합니다. 막연히 반려견을 키우는 내내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있을 거라고, 사랑만 해주면 아무 문제 없이 잘 클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개를 키우면 자신 또한 행복해질 거라 믿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보호자라 생각한다면, 나 자신 보다는 내개 온 반려견을 행복하게 잘 살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보호자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p.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