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여왕과 공주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Cha Tea 홍차 교실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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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여왕이나 공주에 대한 환상이 있었어요. 하지만 조금 자라면서 - 어쩌면 베르사유의 장미를 이해하기 시작할 때부터였던 거 같은데요, 왕실에서 사는 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여기게 되었죠. 넓고 화려하고 풍요로운 거처럼 보이는 공간에서 늘 싸우면서 살아가야 하는 게 왕족이라면 절대 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삶이라니. 정해진 규율대로 살아야 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자유까지 억제된 곳에서 살아가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영국의 여왕과 공주>라는 책을 앞에 두고서도 찬란하고 화려한 생활이 있을 거라는 상상은 아예 하지 않았어요.


이들은 어떻게 그 긴 시간을 살아왔을까. 행복한 시절은 있었을까. 그리고 주어진 틀 안에서 스스로의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찾았을까 그런 궁금증을 안고서 시작했죠. 그래서인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영국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어요.


영국의 여왕과 공주


<영국의 여왕과 공주>는 영국 왕실에 차 문화를 심은 브라간사의 캐서린 왕비 이후의 여왕, 왕비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황실의 일원이 되면 프린세스라고 하니 공주는 왕가와 관련된 여성들을 두루 표현한 거라고 생각하면 좋을 거예요.


수많은 바람 상대를 두고서도 왕비만을 아내로 여기며 사랑한 왕과 함께 하는 삶은 과연 어땠을까 상상하는 거 만으로도 정말 싫었어요. 현실에 순응 혹은 적응하면서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했던 왕비도 있었고, 왕을 증오하면서 버텨나간 왕비도 있었어요.



 


이 책의 또 하나의 관점이라면 바로 영국의 티 문화의 전파와 정착, 변화하는 역사를 담았다는 거예요. 애프터눈 티는 왜 생겼으며 그 시간대는 어떻게 정해졌는지. 찻잔의 문양이나 스타일의 변화 등을 사진과 함께 다루었어요.


여왕과 왕비를 중심으로 한 서사 그리고 차 문화 이렇게 두 가지 관점으로 보면 재미있는 책이에요. 원래 AK커뮤니케이션즈에서 출판하는 트라비아는 창작자들을 위해 나온 시리즈예요. 그래서 여기서 어떤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 자료로 사용할 수도 있죠.


하지만 저처럼 창작자가 아닌 일반 독자 역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참 잘 나왔어요. 수많은 사진 자료들과 함께 서술된 스토리는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거든요. 지금까지 몰랐던 세상에 대한 신기함과 놀라움을 느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게 읽었어요.

 



22명의 여왕과 왕비의 이야기를 수록했기에 정말 많은 걸 알게 되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놀랐던 건 엘리자베스 2세가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기였다는 거였어요. 게다가 제왕절개로 태어났다니 그 시절에도 가능했던 일인가 하여 놀랐어요. 당시에는 최신 의학이었다죠.


이 책을 읽을 때는 어느 정도의 집중이 필요했어요. 비슷한 이름이 자꾸 나와서 헷갈리기 때문이죠. 지금 말하는 캐롤라인이 아까 그 캐롤라인이 아니라는 걸 몇 번이나 확인해야 했으니까요. 한 시대의 이야기를 각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풀어내는 부분도 있으니까 정말 주의가 필요하답니다.


상상하면서 읽다 보면 자연히 어우러지면서 연결되긴 하는데요, 역시 시끌벅적한 커피숍보다는 조용한 집에서 독서가 더 잘 되더라고요.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책이지만 어느 정도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



화려함이 가득한 로열패밀리를 다룬 책이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궁정과 별궁, 정원, 티웨어가 무색하게 전체적으로는 무겁고 힘든 이야기였어요. 결과가 좋았던 스토리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수많은 고통과 고독은 제가 상상하는 그 범위 이상이었을 테니까요.


<영국의 여왕과 공주>는 분량에 비해서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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