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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평점 :
절판
'외로움'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외롭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이 책, ALONE을 읽는데 잠시 주저주저했었습니다. 혹시 내가 몰랐던 외로운 감정, 이미 알고 있던 감정을 끌어내는 건 아닌지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저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책은 외로움이 아니라 ALONE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ALONE과 LONELY를 동일시하며 착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 책에서의 ALONE은 ひとり, 혼자, 홀로서기, 그리고 외로움...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혼자 남겨져서 슬프다는 감정을 서술하기도 하고 홀로되었을 때 비로소 자유를 얻은 느낌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22인의 작가가 느끼는 '혼자'의 감정과 순간에 대한 기록이 오롯이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외롭다'라는 감정을 잘 못 느끼고 살아왔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음에 따라 때때로 외로움 혹은 공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건 우울감이 밀고 들어온 파도와 같아서 또 금세 빠져나갈 것을 압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걸 이내 깨닫기 때문입니다.
혹시 이 책이 나를 다시 우울하게 만들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열었으나 오히려 잊고 있던 좋은 감정을 끌어내었습니다. 왜 나는 스스로 고독하길 원했던가를 떠올리게 만들었기에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실은, 사람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게 좋은 일인지 그렇지 않은 일인지 여전히 고민 중입니다.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
그렇다고 해서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라면 어떻게 서술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인간관계에 부대끼며 마음고생했던 때에 비하면 지금이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ALONE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세상을 잘 못 살았기 때문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끔 상처를 받습니다.
<얼론>을 읽으면서 마음이 부드럽고 따스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고독, 혼자 있음, 홀로됨, 외로움... 이런 감정은 유명한 작가들도 느끼는 거로구나. 누구에게나 있는 거구나 하는 동질감 그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각자가 마주하는 방식도 다르고 그로 인해 겪는 일들, 풀어나가는 방법까지 서로 달랐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건 아니고, 혼자 있다고 해서 슬픈 건 아니라는 걸 첫 번째 글 '홀로 걷는 여자/ 에이미 션'에서부터 깨달았습니다. 작가가 느끼던 감정을 온전히 뒤집어쓴 것만 같은 감각을 느꼈습니다. 그렇구나, 이 고독은 내가 원하는 것이었구나.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 아니 이쪽은 소중한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일회성 만남으로 감정 소모하지 않는 걸 택한 거지만 - 매일을 그렇게 흘려보내다가 결국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언제나 함께 하던 가족들을 떠나서 혼자가 된 이야기, 뱃속에 품고 있던 아기를 잃은 경험... 작가의 솔직한 스토리가 들어있었습니다.
ALONE을 느끼는 방식은 저마다 다릅니다. 그렇기에 이 책에 대한 감상도 자신의 상황에 따라 다를 겁니다. 하지만 지금의 소중한 순간, 예전에 느꼈던 감정을 떠올리며 자기 자신을 다독일 수 있는 건 아마도 공통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외롭거나 사람들 사이에 섞이지 못해 고통은 겪는 사람, 고독을 온전히 자신의 감정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분들. 누구에게나 권하고픈 한 권의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