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여정 -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
오데드 갤로어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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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피엔스를 읽으면서 느꼈던 흥미 그 이상을 <인류의 여정>에서 얻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부와 불평등의 기원 그리고 우리의 미래라는 부제목에 끌려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지만 이내 책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사피엔스를 읽을 때엔 여러 번의 고비를 넘겼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무척 젠틀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과거를 이야기하고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는 큰 챕터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커다란 하나의 흐름을 갖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들을 살펴보고 알고 있었던 내용은 고찰하는 단계를 거쳤습니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음을, 편협한 사고방식 혹은 입시 위주의 관점으로만 보고 기억했음을 느꼈습니다. 알고 있던 일들을 통째로 들어서 재구성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플래그를 붙이면서 읽다가도 알게 된 내용을 빨리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습니다. 띠지에 있는 <총, 균, 쇠>와 <사피엔스>를 압도하는 폭과 야망이라는 글이 결코 지나치지 않은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카페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이었습니다.



맬서스의 논지가 현대에 들어와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파악하고, 산업 혁명이 어린이를 착취하기보다는 오히려 교육으로 이끈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파악하면서 점점 프레임이 깨지고 세계가 넓어지는 것 같은 기이함을 느꼈습니다.



경제학자의 책이라면 무조건 어려울 거라는 편견마저 깨졌습니다. <인류의 여정>은 한 번 읽고 놔두는 책이 아니라 틈날 때마다 다시 열어보고 느껴도 좋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자신이 읽고 나면 타인에게 권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토론 혹은 담소하는 재미를 추구하는 양서입니다.


​2부에서 느닷없이 우리나라가 등장해서 놀라기는 했지만 읽으면서 이런 분석도 있구나 하며 감탄했습니다. 70년대 한국의 독재자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하는데 과연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정치적인 견해로 다투는 건 싫기에 여기에 옮기지는 않겠지만 수긍이 가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식민 지배에 대한 내용도 다루지만 그렇다고 남의 나라를 침략한 행위 자체를 옹호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온전히 인류의 발자취를 짚어보며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게 될 것인지를 다루고 있다고 보면 좋겠습니다. 미래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지만 과거로부터 유추해 볼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인간 사회를 만들어 온 것도 인류인 것처럼 미래를 만드는 일도 스스로에게 달렸습니다. 많이 읽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18세기까지는 멜서스의 이론이 지배적이었다면 어쩌면 지금부터는 저자인 갤로어의 담론이 자리하지 않을까 합니다. 인류 문명과 발전, 그리고 부의 분배 과정 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문화와 경제, 역사는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분야가 아니라 하나로 흐른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인류의 여정>은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낙관적으로 봅니다. 다만, 여기에는 여러 가지 조건과 분별이 필요합니다. 절망적인 미래관보다는 희망이 있는 쪽을 좋아하기에 저는 낙관적인 미래를 꿈꾸기 위해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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