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평전 - 경험하고, 생각하고, 사랑하라
사만다 로즈 힐 지음, 전혜란 옮김, 김만권 감수 / 혜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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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나 범죄 심리에 관한 책을 읽으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밀그램과 한나 아렌트입니다.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덕분에 밀그램의 복종 실험만큼이나 저에게는 익숙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나 '인간의 조건' 같은 책을 읽어 본 적은 없습니다.



정확히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당시에는 혁신이라고 여길 정도의 사상은 어떤 배경에서 나오게 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서 사람들을 이해하고 파악하는데 인용되곤 하는 문구들은 - 상당한 철학자들이 그랬듯이 동의를 얻지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심리나 철학, 인간을 파악하는데 한 획을 그은 한나 아렌트의 '말'과 '글'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나 아렌트 평전>은 한나 아렌트 센터 선임 연구원이자 브루클린 연구소 부연구원인 사만다 로즈 힐에 의해 쓰였습니다. 저자는 한나 아렌트에 관한 책을 집필하면서 학자로서의 삶, 철학자로서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았던 사생활과 영구 보전 기록 물과 편지 등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한나 아렌트와 하이데거와의 관계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기에 충격과 함께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누군가의 전기 혹은 평전을 읽을 때면 다른 유명인들과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에 즐거움을 얻곤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깜짝 놀랄만한 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이데거가 숨겨왔던 비밀 연애였지만 한나에게는 간직하고 싶었던 사랑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깊은 어둠 속에서도 우리는 빛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

-p. 264



이 책은 해외에서 출간 직후부터 많은 이들로부터 찬사를 받았습니다. 지금껏 알고 있었던 철학가, 사상가로서의 한나 아렌트를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었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한나 아렌트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던 사람도 일대기를 짚어가면서 즐거움을 얻을 것입니다. 저는 한나 아렌트에 관한 영화나 다큐조차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사상가, 철학가로서의 아렌트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모습도 만난 것 같아 조금은 기쁩니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끊임없이 사유하고 그곳에서 답을 얻고자 했습니다. 당시 시대상에 비추어보자면 여자의 의견은 묵살당하기 십상이었으나 한나의 열정은 무엇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남편이나 스승을 비롯한 주변 남자들도 그런 모습을 인정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뜻을 펴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일에 살았던 유태인이라 세계대전 당시 강제수용소에 수감당하는 등 상당히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연합군이 와서 해방된 게 아니라 문서를 위조하여 탈출하는 과감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호텔에서 남편을 찾는 경찰을 따돌리고 달아나는 신에서는 저도 모르게 마음 졸이며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한나 아렌트라는 사람의 일대기를 통해서 어떤 사람이었는지 낱낱이 보고하는 평전이자 영화와 같은 인생을 엿볼 수 있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삶과 사상 그리고 시대적 배경을 동시에 설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렵지 않아 소설을 읽듯이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한나가 우리에게 전하는 핵심은, 이 세상을 끊임없이 새롭게 바라보고, 새로이 한계를 설정하며, 다시 배열하라는 것 그리고 새로운 언어로 새 이야기를 들려주라는 것이다. 이것이 한나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이다."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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