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식물의 세계 - 끝내 진화하여 살아남고 마는 식물 이야기
김진옥.소지현 지음 / 다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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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소년 잡지를 매달 사서 보았는데, 흥미로운 기사가 한 꼭지씩 들어있어 몇 번이고 되새기며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끔은 믿거나 말거나 하는 식의 내용이 들어있기도 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꽃에 대한 이야기 같은 건 남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만날 수 없지만 오지의 깊은 숲속에서 자란다는 커다란 꽃 라플레시아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있었는데, 왜 저렇게 큰 꽃을 피우는지도 모르면서 마냥 신기해했습니다. 게다가 꽃이라면 향기를 풍겨 벌이나 나비를 유혹해야 하거늘 오히려 고약한 냄새라니. 말도 안 되는 녀석이라 여겼었습니다.



하지만 그 뒤 한참이나 잊고 있었던 라플레시아에 대한 흥미를 이 책 <극한 식물의 세계>에서 끌어내 주었습니다. 라플레시아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식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흠뻑 빠졌습니다. 평소 그렇게 식물에게 관심이 있는 타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들은 실제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독특한 식물들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의 풀과 나무들은 놀라운 능력을 가졌습니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 같은데 실은 생존을 위해 늘 싸우고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책에 나온 식물은 흔히 보편적으로 여기는 범주를 뛰어넘는 친구들이라 더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생뚱맞거나 생전 처음 보는 풀과 나무만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정말 흙에 심지 않아도 매달아두면 된다고? 하며 궁금증을 자아내던 틸란드시아는 이제 화원이나 오일장에 가도 만날 수 있을 만큼 친숙해졌습니다.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은행나무는 요즘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강하게 어필 중이고요. 식충식물인 네펜데스나 끈끈이주걱은 아이들 학습용으로도 많이 키우고 있습니다. <극한 식물의 세계>에서는 이런 친구들도 만나 볼 수 있는데, 그들이 왜 그런 생태를 갖는지도 설명합니다.



<극한 식물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열기 전에 지구 역사 46억 년을 1년이라 가정하면 12개월 365일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간단하게 도표로 알려주었습니다. 역사에 비해 지금과 같은 생명체가 살아가게 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구나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최초의 이끼 식물 출현이 11월 말이니까요. 12월 31일 그것도 한밤중이나 되어야 현생 인류가 시작되었으니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 식물이야말로 그러한 게 아닌가 합니다.



포유류는 이들을 취하며 살아왔으나 그 오랜 시간을 버티며 적응하며 살아간 경이로움이 식물 세포에 담겨있음을 깨닫습니다. 서식지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과 적응하기 위해 몸을 변형하고 독을 품거나 다른 식물을 목졸라 죽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했는지 짐작조차 가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갖은 한계를 극복해 나가면서 성장하는 놀라운 이야기들이 담겼습니다. 식물학자가 어려운 말로 설명하기보다는 누구나 이해하며 관찰할 수 있도록 풀어놓았습니다. 관찰자가 되어서 그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즐거움이 넘쳐나, 새로 알게 된 사실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 되어버립니다.



각 챕터는 - 무슨 목, 무슨 종 이런 식으로 분류한 게 아니라 특성에 따라 파트를 정리했습니다. 이를테면, '크거나 작거나', '빠르거나 느리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더 재미있습니다. 교과서처럼 외워야 하는 게 아니라 과거 소년 잡지에 나왔던 기사 혹은 칼럼을 보는 것처럼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각 챕터 소단원마다 단순화한 그림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패턴으로 사용하고 싶을 정도로 컬러감도 좋고 느낌도 좋습니다. 포스터로 나온다면 액자화해서 벽에 걸어두어도 느낌이 살겠다 싶을 정도로 멋있습니다. 그림을 한 번 보고 내용으로 파고들다 보면 실제로는 어떻게 생겼는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중간에 검색을 한 번 해볼까 하다가 맥이 끊길까 봐 그냥 읽었습니다.



그런데 챕터가 끝날 때에는 실제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어 검색의 수고를 덜었습니다. 덕분에 손에 다시 폰을 들지 않고 쭉 독서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사진을 보면서 나름 머릿속으로 내용을 정리하며 복습하게 되었습니다. 단숨에 읽은 게 아니라 띄엄띄엄 보았다면 앞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으니 무척 편했습니다. 이 책은 편집과 구성까지 잘 되어 있었습니다. 표지마저 손에 착 붙는 후가공으로 느낌을 달리하였습니다.





이 책을 만일 청소년이 읽는다면 과거 제가 잡지에서 흥미를 얻었던 것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 같습니다. 또한 신기하고 진기한 내용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으리라 여겨집니다. 혹시 그렇지 않더라도 재미있는 세계를 만나고, 식물에 대한 다른 시각이 생겨날 것만은 분명합니다.



식물이나 생명 분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중고등학생의 독서 목록으로 넣어도 좋겠습니다. 어려운 용어나 개념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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