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괴 1 - 산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다나카 야스히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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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는 걸 상상하기만 해도 피로감을 느끼는 저는, 산이란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라는 신조로 살아오고 있습니다. 동산이나 오름을 오르는 동안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로 상쾌함을 얻기는 하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과정이 싫어서 말이죠. 지금이야 길이 잘 닦여있으니 굳이 산을 오르지 않더라도 목적지까지 가는데 문제가 없지만, 아주 오래전 옛날에는 별 수없이 그 길을 가야만 했을 겁니다.

우리나라 전설에서는 산에서 호랑이를 만나는 건 예사고 가끔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전해져내려옵니다. 도깨비를 보기도 하고 멀리서 흔들리는 도깨비불을 만나 혼비백산했다는 스토리도 있죠. 산은 짐승과 기이한 것들이 함께 살고 있는 곳임에 분명했습니다.

<산괴>는 일본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호랑이보다는 여우나 너구리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옛날이야기처럼 펼쳐지는 게 아니라 다큐처럼 서술됩니다. 저자는 산 주변에 사는 주민, 약초꾼, 사냥꾼들에게 직접 들은 실화를 이야기합니다.

그렇기에 무시무시한 것이 확! 덮쳐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두운 숲속에서 몰래 우리를 훔쳐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안깁니다. 도시괴담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차라리 멧돼지를 만났다거나 커다란 여우와 마주쳤다, 그래서 무서웠다!라는 전개라면 어이구, 큰일 날 뻔했구먼. 하고 넘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분명 무언가가 아까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배낭을 잡아당기는 누군가가 있었는데... 하는 건 가슴 안쪽에서부터 솟아나는 두려움을 느끼게 합니다. 나뭇가지에 걸렸던게지하며 넘기고 나서도 왠지 모를 찜찜함이 남습니다. 저는 두려움의 정체를 확인해야 안심하는 편이라, 이렇게 알 수 없는 존재와 마주치는 게 싫습니다.

<산괴>는 산을 떠나서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닥쳐오는 괴이한 일을 다룹니다. 책의 초반에는 오호라,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거로군. 하는 기분으로 읽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기이함을 느꼈습니다 저 편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정체는 무엇인지, 방문객은 누구인지 궁금하지만 그 끝을 알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더 신비하고 두렵습니다. 어쩌면 오해에서 빚어진 해프닝일지도 모릅니다. 이를테면, 멀리서 어른어른 보였던 도깨비불이 실은 행인의 등불이었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기에 자신이 겪었던 기이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것일 테죠.

이 책은 화려하게 포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취재원이 다큐 제작을 위해 사람들을 찾아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제목인 <산괴>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존재하는 무언가가 있고, 그것을 퇴치하거나 친구가 되는 스토리는 아닐지라도 그저 신기하거나 두려운 상황으로 남아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산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생명을 느끼는 것도, 죽음을 느끼는 것도 역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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