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는 과학자들 - 인류 최초 블랙홀 촬영을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
애나 크롤리 레딩 지음, 권가비 옮김 / 다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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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류 최초로 빛까지 삼키는 블랙홀을 촬영해낸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블랙홀이 무엇인지부터 알려주며 시작하고 있으므로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블랙홀이라는 개념은 아주 어릴 때 SF 영화였나 아니면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주 공간에 존재하며 세상 모든 것을 빨아들이다 못해서 빛까지 모두 흡수해버리는 무시무시한 공간이었죠.



블랙홀은 저에게 있어서는 두려우면서도 신비한 미지의 공간이었습니다. 마치 버뮤다 삼각지역과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빛마저 빨아들이는 그곳은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오지 못하는 신화의 영역이었으나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들이 꾸준히 그래왔듯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계속 있어왔습니다.



빛과 어둠을 이용하여 평면에 그려내는 것을 사진이라고 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텐데, 감히 블랙홀을 촬영하겠다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선을 넘는 과학자들>은 그런 시도를 하고 마침내 성공해낸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블랙홀을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셰퍼드 돌먼이라는 과학자는 이런 프로젝트를 제안하였습니다. 대부분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했지만 끈기와 기술의 발전, 팀워크 등으로 드디어 해내고야 말았습니다.



2019년 4월 인류 최초로 블랙홀 핵심부를 영상으로 확인했다는 기사를 읽을 때에도 허황된 가짜 뉴스가 아닌가 했습니다. 그야말로 제가 가지고 있던 개념을 단번에 부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EHT로부터 공개된 사진은 마치 밝게 빛나는 던킨 글레이즈드 도넛 같았습니다.



이 블랙홀은 블랙홀 후면에서 온 빛이나 주변에서 발생한 빛이 강한 중력에 의해서 둥글게 휘감긴 형태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름 1000억 Km의 약간 기울어진 고리 모양의 구조 내부에 존재하는 사진을 한참이나 바라보았습니다.



보고서도 믿기 어려운 사진이었습니다. 센터의 어두운 공간은 내부의 빛이 빠져나오지 못해서 형성된 곳으로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불립니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할 때는 과연 미래에 촬영까지 가능하리라 예상했을까 생각하니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EHT는 거대질량블랙홀을 관측하였는데 지금까지는 성능이 훌륭한 전자 망원경으로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성능 개선을 통해서 해내게 되었습니다. 파장을 작게 만들면서 스페인, 미국, 남극, 칠레 등지에 흩어져있는 8대의 전파망원경과 망원경들을 동시에 사용하여 엄청난 크기의 망원경처럼 이용했습니다.



만화에서 느끼던 바로 그런 느낌입니다.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것들을 모아서 하나로 사용한다는 건 - 손오공이 원기옥을 쏘는 것처럼 여겨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들은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사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었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쉽지만 그 사이에 그들이 기울여야 했던 노력이라거나 갈등, 좌절과 행동력은 어벤저스 히어로 영화를 보는 것 못지않은 여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선을 넘는 과학자들>은 이렇게 블랙홀을 촬영했다!는 것보다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블랙홀 촬영 이야기가 쏙 빠져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해냈는지 그 단계를 차곡차곡 밟으면서 설명해나갑니다. 그래서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을 넘는 과학자들>은 블랙홀 촬영에 성공했음을 함께 기뻐하는 성인이나 천체물리학 혹은 우주과학에 흥미 있는 청소년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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