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비슷한 얼굴을 하고서 - 한 시절 곁에 있어준 나의 사람들에게
김달님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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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달님은 따뜻한 눈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그런 시선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에는 좋은 것만 보고 자랐기에 그런 게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서 크나큰 오해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름 삶의 우여곡절이 많다고 생각해왔던 나만큼이나 복잡한 사연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삶 속에 들어온 이들을 밀어내거나 내치는 대신 그들이 선사한 소중함을 꼬옥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데 익숙하지 않은 저는 막냇동생과 비슷한 또래의 작가를 보며 배움을 얻습니다.

조금만 방심해도 미워할 대상을 찾고, 소중함을 잊어버린 채 꿈속에서라도 싸우고 마는 저와는 상반된 이미지를 가졌습니다. 날카롭지 않고 부드러운 모습은 이름 그대로 달님을 닮았습니다. 역시 이름은 정성껏 지어야 하는 거로구나 했습니다.

첫아이라 신중하게 생각하며 지어주신 이름을 싫어하게 된 건 불릴 때마다 쌓여온 불편함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요즘은 중요하게 그리고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기에 점점 이름에 대한 의미가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환되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삶의 뒤안길쯤에 서게 되니 변화를 느끼며 따스함과 견고함을 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된 것들을 김달님은 벌부터 깨닫고 있었습니다.

부모님 대신 자신을 키워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대한 애틋함도 담겨있었고, 얼굴도 모르는 엄마에 대한 아련함을 안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도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애착형성이 잘 안되면 많은 곤란함을 겪게 된다던데 저자에게는 그런 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그들과의 관계 역시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건 할머니의 사랑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고 넓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몸 주변에 실드를 치면서 단단히 방어하는 나와는 상당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아름답습니다. 책은 폰트마저 사랑스럽습니다. 딱딱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격식을 파괴한 것도 아닌 중심의 멋을 알고 있었습니다. 자제를 하면서 담담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문장과 닮았습니다.

이 책을 만든 편집자는 이런 것까지 고려했던 걸까요? 소중하게 한 자 한 자 적어내려간 것처럼 예쁘게 또박또박 놓여있어서 더욱 마음에 파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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