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간 심리학
박소진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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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가 확 끌리게 생긴 이 책은 <영화관에 간 심리학>입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도서인데요, 예술 영화는 물론 상업 영화까지 두루 다루면서 그 안에 숨어있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하나의 영화를 주제로 하여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데, 주제와 관련된 다른 영화까지 끌어와 풀어내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즐겁게 보았던 것뿐만 아니라 좋은 원작을 가지고 왜 이렇게 만들었나 투덜거렸던 영화까지 다루고 있어서 심리학자는 이런 눈으로 보는구나 하며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맨 처음에 소개되고 있는 <7년의 밤>에 대해서는 제가 섭섭한 기분이 들었었는데요, 그 속에서 장동건이 분한 오영제와 류승룡이 분한 최현수의 심리를 파헤치며 풀어나가니 괜히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지더군요. 짤막한 스토리 라인으로 기억을 소환하면서 그들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엇나간 감정의 이유도 촘촘히 알려주었거든요.



이상 심리에 대해 잘 다루었던 <나를 찾아줘>는 이 책에서 심층심리까지 알게 되면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소설 원작이 있는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따라서 느낌이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 영화는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심리에 대한 분석까지 따르니 더 그러하더군요.



설정도 마음에 안 들고 너무 인기 있다는 점도 별로라서 보지 않았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마저도 흥미롭게 느끼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역동적인 인물들의 심리를 읽어나가며 이들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으로 읽어보려고, 아니면 영화로 보려고 했으나 용기가 없어서 내내 미루어왔던 <케빈에 대하여>는 사이코패스와 양육자의 태도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으므로 여러 번 들은 바가 있습니다. 이 책 <영화관에 간 심리학>에서도 심도 있게 다루는데 저는 여전히 두렵습니다.



영상물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 영화라는 매체가 이만큼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원래 스릴러를 볼 때에는 '자신만은 안전한 자리에 있다'라고 여기기 때문에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상황들에 대해 또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 책은 26편의 사랑과 가족, 폭력, 코미디 등 다양한 파트의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심리를 풀어 냅니다.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한다 그렇지 않다가 아닌 심리학자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그 시간만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파고들어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생각을 이해하며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킬링 디어>에서 저주의 주문을 건 소년이 진짜 초능력이 있던 건지 아니면 신과 가까운 존재였던 건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고 여겼습니다. 저자는 그들보다 주인공들의 심리와 우연의 산물로 얻어진 결론에 대한 행동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가멤논이 여신의 사슴을 죽인 대가로 자신의 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듯이, 스티븐도 자신의 자식 둘 중 하나를 죽여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아가멤논이 여신의 사슴을 죽인 것과 그 대가로 딸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 스티븐이 실수로 환자를 죽게 한 대가로 자식 중 하나를 죽여야 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할 수 있는가? 너무 부조리한 것 아닌가?



복수는 이야기의 시작에 불과했고, 영화는 가족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참혹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즉 아비가 자신의 손으로 자식을 죽여야만 하는 끔찍하고 무서운 스토리였다.


--- p.81




이런 시선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니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 원래도 마음을 활짝 열고 별점을 후하게 치면서 보는 편이지만 - 앞으로는 더욱 마음을 열고 접근해야겠다고 반성했습니다.


감독이 이상하게 만든 게 아니라 나의 시야가 좁음을 깨닫게 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저자는 심리를 설명하기 위해서 영화라는 소재를 선택하고 심층심리를 분석하였던 건데 저는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다니.


이 책.

참 희한합니다.


<영화관에 간 심리학>은 심리학을 좋아하거나 영화를 좋아하는 분 혹은 그 둘을 모두 흥미롭게 바라보는 사람 모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다른 각도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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