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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 -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경이롭고 매혹적인 동식물의 세계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10월
평점 :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이라는 책을 손에 쥐었을 때에는 그 차이점이 어떤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이내 착각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죠. 형태적인 문제가 아니라 유체역학으로 보자면 저는 전혀 모르는 구역의 이야기였던 겁니다.
학창 시절 화학과 생물을 공부한데다가 대학에 가서도 그 범위 내에 머물렀기 때문에 제가 생각하는 유체역학은 베르누이의 원리. 그것도 이름뿐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축제에서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다 보니 얻어들은 정도였죠.
지금에 와서는 과학을 생물, 화학, 우주 혹은 지구과학 그리고 물리로 딱 나누어서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십 대 시절부터 그렇게 세뇌되어온 탓에 내가 존재하는 이 모든 공간에는 물리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잊고 살기 일쑤입니다.
- 그렇다고 해서 생물이나 화학에 그렇게 자신 있는 편은 아니고, 관심을 두던 분야를 잊지 않기 위해서 때때로 책을 찾아서 만나곤 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나날이 발전해가는 과학 수준 덕분에 그나마도 따라가기 힘들기에 전문용어를 사용하면서 서술하는 책은 읽다가 멈추고 또 멈추다 보니 철학서를 읽을 때와 비슷하게 난감할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흥미로운 사실을 쉽게 서술해놓은 쉬운 과학도서를 찾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이었던 겁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유체역학은 고사하고 물리라는 단어만 들어도 점점 쪼그라드는 탓에 이 책을 읽고 나서 뽐낼 수는 없지만, 내가 몰랐던 곳에 이런 원리가 숨어있었구나 감탄을 하면서 독서 그 자체를 즐길 수는 있었습니다.
이 책은 유체역학을 공부하고 그리고 그것을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소개하는 것으로 저자는 지금까지 이런 위트 있는 방식으로 자신의 지식을 전달해왔다고 합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되었지만 그의 다른 책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이나 <커피 얼룩의 비밀>을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개와 고양이가 물을 마시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이 있다면 우아하고도 아름다운 동작으로 물을 구강 내로 끌어들이는 장면을 목격하셨을 겁니다. 때로는 경망스러운 동작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물을 마십니다. 날렵한 혀놀림으로 마치 국자로 물을 퍼나르듯이 움직이는데 여기에도 유체역학이 적용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개와 고양이가 물을 먹는 데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혀의 면적과 속도와 모양 때문에 마시는 모습까지 달라진다고 합니다. 과연 그러한 원리가 있었구나 하면서 즐거워하다가도 다음 장의 흥미진진한 것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이내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학습을 하기 위해서 혹은 시험을 보기 위해서 읽는 책은 아니니까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의 생물을 관찰하다 보면 알게 되는 유체역학을 흥미롭고 지혜롭게 풀어놓은 도서이기 때문에 읽으면서 즐기고 또한 어떤 느낌인지 음미하기만 하면 됩니다.
책을 펴들면 서두와 목차부터 시작해서 맺음말까지 죄다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저이지만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은 굳이 그렇게 읽지 않아도 된다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파트별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궁금한 곳만 펼쳐서 읽어도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과학에 관심을 두게 했던 - 당시에 유행했던 과학백과사전의 기능이 그러했듯이 이 책 역시 자신이 원하는 부분부터 읽는 것도 좋습니다. 하나씩 읽어나가는 중에 어느새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는 겁니다. 그렇게 읽어나가다 보면 결국 마지막에 이르게 되는 거죠.
성인은 물론이고 과학에 관심을 두고 있는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을 만한 과학도서입니다. <개와 고양이의 물 마시는 법>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이 책이 이렇게 재미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한 번쯤 이 도서를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느껴보시길 권하는 바입니다.
어쩌면 저보다 더 재미있게 웃으며 읽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