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말이 그 말입니다. 저는 소심한 게 아니라 세심한 거라고요.
저는 내향적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 아, 있었군요. 주변의 외향인들이 종종 자꾸만 밖으로 나오라고 종용하며 제 삶의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받은 일은 있었습니다. 역동적인 것보다 정적인 것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 왜 잘못되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살아갑니다. 저는 지금껏 비대면 무접촉으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MBTI를 보면 빼박 내향인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누구보다 인싸가 되고 싶었던 - 내성적이어서 어떡하느냐는 주변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 어린이, 청소년, 청년이었기에 무대는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쩌면 길들여진 내향인인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시끌벅적하게 있는 것보다는 조용한 것을 즐기는 편인데, 지금처럼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소음이라고는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윗집에서 아이가 쿵쿵 뛰어다니는 정도가 좋습니다. 원래는 날이 맑은 걸 좋아합니다. 파란 하늘과 둥실 떠가는 구름을 보면서 혼자서 걷는 걸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집 근처 건축현장 두 군데에서 내내 쿵쾅거리는 바람에 집까지 흔들흔들. 그래서 저는 밖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저는 내향을 선택하고 자신을 길들인 사람인 것입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는 내성적이고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수업이라는 이름의 힐링서, 자기 계발서, 그리고 에세이인 것 같습니다. 내향적이어서 안으로 파고들고 조용한 상황을 누리는 이에게 세상은 자꾸만 나오라고 종용하고 그렇게 소심해서 어떡하느냐, 내성적이어서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느냐 등의 말을 하며 괴롭힙니다. 자꾸만 그런 소리를 듣던 내향인은 자신의 성향이, 방식이 잘 못 되었다고 여기며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마치 루저처럼 여기면서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내향인도 외향인도 모두 필요한 존재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진해집니다.
책의 초반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향인들의 특징이 저와는 동떨어져있기에 혹시 나는 내향인이 아닌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78페이지에 있는 특징들을 따라가보니 영락없는 내향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실 실제로 내향인이라도 모두 같은 성향을 갖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내향인들은 이렇다 저렇다 하면서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기 일쑤입니다. 저와 딸 모두 내향인이고 MBTI 결과도 동일하지만 저는 사회적 내향인이고 딸은 불안한 내향인입니다.
사회적 내향인은
소수의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혼자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수줍음이나 사회적인 불안감 때문이 아니라, 그저 시끄러운 공간이나 상황을 싫어하고 집에서 조용하게 보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p.83)
불안한 내향인은
낯을 심하게 가리고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느끼는 어색함과 자의식, 즉 사람들의 시선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피하는 유형을 말한다. 또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있을 때도 그 불안이 줄어들지 않아 지난 일을 곱씹어보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향이 많고 자연히 우울해지기도 쉽다.(p.85)
그렇기에 사회적 내향인인 저는 불안한 내향인인 딸을 보면서 아무리 내성적이라고 해도 그렇지 자의식 과잉 아닌가 하며 그 생각을 고쳐주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사색적 내향인과 억제된 내향인 등이 존재합니다. 사람의 성향이 딱 몇 가지로 분류될 수 없는 것처럼 내향인들도 다양한 스타일로 존재하기 때문에 누구는 옳고 누구는 그르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외향인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외향인이라고 해서 모두 핵인싸인건 아닌 것처럼 각자 자신의 스타일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