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 - 고전에서 찾은 나만의 행복 정원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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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 속에서 찾는 행복의 의미, 삶의 의미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해서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그러고 보면 참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쉽게 읽히는 게 아닌 고전에다가 자신의 기준으로 의미를 찾아나간다는 데 이 책이 그렇게 빨리 읽힐 리가 없지 않은가요. 그러니 천천히 눈으로 읽어나가다가 가끔은 노트에 적어가면서 탐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독력만은 대단해서 어느새 끝까지 읽어버리고 마는 그런 책입니다.

저는 책이 가득 꽂혀있는 제 책상 앞에 앉아서 독서를 했지만 이 책을 어디서 읽으면 좋겠냐고 물으신다면 아마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 좋겠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여섯 장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각 챕터마다 각기 다른 책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이동 중에 읽기에 딱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읽다가 밑줄을 치고 싶거나 플래그를 붙이고 싶어질지도 모르니 주의해야겠습니다.

그만큼 이 책에서는 건져낼 것들이 많은데, 마치 삶이라는 거대한 바다 혹은 우주에서 유영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커다란 행성과 항성들이 있는 그곳에서 작은 소행성들을 붙잡고 그들 사이를 채우고 있는 에테르를 들이마시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요.

먼저 나 자신이 내 운명을 사랑해야 한다. 니체가 스스로 자신의 험난한 운명을 사랑했듯이, 우리도 아무리 삶이 힘들지라도 '아모르파티(운명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할 때, 운명도 우리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p.28 데미안

이 책에서 저자는 고전 명작에 철학의 의미를 부여하며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 봅니다. 에세이 형식이 아니라 인문학서와 같아서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고전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철학에 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고전과 명사들의 명문구를 통해서 사색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또다시 새로운 명문구, 문장을 자아내었습니다.

마르틴 부버는 「나와 너」에서 "온갖 참된 삶은 만남이다."라는 중요한 말을 했다. 나를 온전히 존재하게 만드는 너는 그만큼 특별한 존재다. 사랑의 진정한 의미도 내가 너에게로 다가가고, 네가 나에게로 다가오는 관계에서 비롯된다. 쌍방적이며 순환적인 사랑이다.

p.75 어린 왕자

나에게는 왜 그런 물레가 없을까 샘이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물레가 작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나 스스로가 그러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의 독서력이나 삶의 태도를 수정해야 하겠다는 결심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할까? 내게 맞는 책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성장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은 이런 질문에 확실한 답변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어떤 의무감이나 호기심으로 책을 한 번 읽은 것만으로는 결코 독서가 주는 진정한 기쁨과 깊은 만족을 맛볼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p.42 말

어쩌면 그런 것들이 나의 욕심일지 모르지만 지금 현재에 주어진 것에 대해서 만족하며 행복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내일 죽을 것처럼 지금을 달리며 살아갈 것인가 - 자신이 불사신인 줄만 알았던 올해 초와는 달리, 의외로 어느 날 갑자기 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 내 주변에 당연하게 있던 것들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가에 대한 것들을 잘 알지 못합니다.

행복이란 마음속에서 바랄 때에만 행복해질 수 있다. 불행이나 불만, 불평 속에서 지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타인이 나를 즐겁게 해주기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행복은 누군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

p.122 그리스인 조르바

저자는 많은 독서와 사색을 통해 자신의 길을 닦았습니다. 그의 그런 생각들이 또다시 철학이 되어서 이 책에 내려앉았습니다. <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은 저자 장재형의 고전에 대한 권유일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삶의 태도와 행복을 찾아가는 것은 결국 자신이 깨달아야 합니다.

절망에 빠져 본 사람만이 '그 무엇인가'에 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가 절망할 때, 그 절망의 대상은 무엇인가. 키르케고르는 '그 무엇인가에 절망할 때, 그는 사실 자기 자신에게 절망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절망한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p.125 파우스트

<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을 읽으며 희망, 꿈, 사랑, 우정, 죽음 등에 대한 자기 자신의 철학과 이해를 점검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인문학 에세이로 책에 수록된 고전 중에서 읽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탐독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당장 집에 있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와 '데미안'부터 리스트 업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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