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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지음, 이나경 옮김, 코리 브렛슈나이더 해설 / 블랙피쉬 / 2021년 8월
평점 :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에 대해 아는 분들도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이분의 이름을 알지 못했습니다. 긴즈버그는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미국 연방 대법원 대법관을 지낸 분으로 차별에 반대하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긴즈버그 자신도 우수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시간을 보냈기에 법조인으로서 젠더, 인종 등과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평등해야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장했습니다. 모두 평등하게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고 '혜택'이라는 이름으로 겪는 차별도 옳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언제나 그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강조했습니다. 약자의 편에 선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며 우리 모두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씀했습니다.
긴즈버그의 이념과 스토리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기에 펠리시티 존스 주연의 <세상을 바꾼 변호인>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이 된 바도 있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제목에서 '변호사'라고 해야 할 것을 '변호인'으로 한 것도 오류이며, On the Basis of Sex라는 제목을 이렇게 의역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는데요, 무엇보다도 CGV 아트하우스의 포스터에서 이 영화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훼손할 정도의 말도 안 되는 폰트를 달아서 결과적으로 인스타에서 사과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아마도 페미니즘에 관한 공격을 피하려던 것이었던 것 같은데요, 최근의 이슈들을 보더라도 아직까지도 여전히 긴즈버그가 주장하는 세상은 오지 않았습니다.
긴즈버그는 작년, 2020년 9월 췌장암으로 사망하였는데요, 그 1주기를 맞아 긴즈버그의 판결문과 의견서 등이 그대로 옮겨진 <긴즈버그의 차별 정의>를 읽는 것도 뜻깊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브라운 대학교 코리 브렛슈나이더 교수의 해설이 붙어있는 덕분에 사건의 배경이나 긴즈버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이 책은 판결문이므로 흥미진진하게, 우리의 관심을 끌도록 서술되어 있지 않습니다. 담백하게 사실과 주장만을 담은 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는 여전히 '차별'안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긴즈버그의 차별 정의>에 들어있는 판결문, 의견서들은 40여 년 전에 쓰인 것도 있고 불과 몇 년 전에 쓰인 것도 있습니다. 그 긴 세월을 지나면서 우리는 조금씩 변화되어 왔지만 아직도 모두가 평등하게 대우를 받는 세상에 있지는 않습니다.
서로가 피해자라고 우기는 대신, 사이좋게 사는 것을 원하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은 저는 뉴스의 댓글난을 보면 무척 괴롭습니다. 논점을 비껴나가서 젠더나 인종, 국적 등을 들먹이며 비난하는 이들을 보면 과연 그들은 모든 차별에서 비껴나가 있는 이들일까 궁금해집니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여성의 사회진출, 임금에 대한 조정, 사관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것등이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누군가가 소리를 높여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서서히 변화를 일으켰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평등한 세상은 멀리 존재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여성의 입장이므로 페미니즘적인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읽었지만 이 책은 단지 여성의 평등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많은 부분이 성 평등에 할애되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인종이나 장애로 인해 차별을 받는 이들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이 책은 얇지만 읽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는 책입니다.
혹시 서문을 빼놓고 읽는 습관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에서만큼은 서문을 반드시 읽고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긴즈버그란 어떤 사람인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