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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과학 먹기 - 비전공자도 아는 척할 수 있는 과학 상식
신지은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1년 8월
평점 :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수박 겉핥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표현이지만, 그게 바로 이 책의 장점입니다. 수박의 겉을 핥았는데, 당도를 알 수 있다는 의미죠. 마치 브릭스 측정기를 사용해서 그 달달함을 짐작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렇지만 당도를 보장한다는 수박을 사가지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쪼개본 순간 허여멀건 하다면, 아니면 싱겁다면 섭섭할 겁니다. 고객센터 앞에서 수박을 내던졌다는 어떤 분처럼 화가 날 수도 있겠죠.(그렇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그러면 곤란해요.)
아무튼 그러니 이 책의 장점인 과학의 겉만 훑고 지나가도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지식이 되어서 과학의 맛을 보고 나아가서는 흥미를 돋우는 촉진제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휙 하고 뇌리를 스쳐 지나가버리는 순간의 빛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내 것으로 만드는 건 오롯이 내 몫이라는 거죠. (수박의 경우엔 그게 불가하지만 과학은 됩니다. 아니, 아마 될 겁니다.)
이 책은 문과 건 이과 건 아직 경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이건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과학의 교양서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생명에 관해, 다음은 물리. 나아가서는 우주와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그려보며 이야기합니다. 어라, 수업 시간에 들었던 거 같은 내용인데 하면서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미래에 와 있는 거죠.
읽기만 했는데 세상 모든 - 그러니까 지금까지 밝혀진 - 과학을 모두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되는 건 왜일까요? 술술 읽으면서 맞아맞아를 반복하며 재미있게 책장을 넘겨갑니다.
하지만 그런데 역시 양자 역학으로 가면 어렵습니다. 그건 다른 책을 읽어도 마찬가지인데요, 쉽게 쓰인 이 책을 보면서도 여전히 '슈뢰딩거의 고양이'나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라는 말만을 건져대는 건 제가 그쪽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문과가 이 책을 이해할 수 있는가 하는 염려를 - 책의 중반 넘어서 시작하게 되죠.
그러다가 어쩌면 편협한 사고방식이 아닌가 하는 물음을 던져보았습니다.
문과라서 모르고 이과라서 이해라는 게 아니라 그 분야에 얼마만큼의 관심과 흥미가 있느냐의 차이인 거 같아요. 그러니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파트가 어떤 것인지 찾아내는 재미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 신지은 역시 문과인데요. 아나운서로 경제방송을 진행하던 중에 아프리카TV공식 과학방송의 진행을 맡게 되면서 과학의 맛을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5년 동안 과학자들과 함게 방송을 진행하면서 문과라서 과학을 이야기하는 건 금기라는 말을 믿지 않는,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해요. 지금은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문과녀 신지은 과학과 썸타다>를 운영하고 있으니 찾아서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누워서 과학 먹기> 도서 소제목에는 비전공자도 아는 척할 수 있는 과학 상식이라고 되어 있지만, 어디 가서 아는 체하지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도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읽다가 지치면 - 애초에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 두었다가 읽을 수도 있는 게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니까 힘들지 않게 조금씩 읽어가나면 더 즐거우리라 짐작해봅니다.
파트별로 잘 나뉘어 있으므로 출퇴근 시간이나 등하교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읽기도 좋은 책이에요. 방학 도서로도 좋은 것 같고요. 저는 이렇게 가볍게, 쉽게 읽을 수 있는 과학 도서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겉만 쓱쓱 훑더라도 기본적인 걸 이해하고 알고 있다면 그것을 토대로 해서 네이버 과학판의 기사를 읽는 데 보탬이 되거든요.
과학에 관한 정보는 그 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변화합니다. 그래서 미래에 관한 과학은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해요. 이 책의 마지막 파트에 있는 미래 예측처럼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도 좋겠네요.